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NVH코리아그룹 신사업인 클린룸을 담당하고 있는 케이엔솔(K-ENSOL)의 채무보증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케이엔솔의 채무보증 잔액이 현금력을 크게 웃도는 700억원대에 진입하게 되면서다. 먹거리 육성에 집중해야 할 케이엔솔이 경영상 책임이 없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 보증인까지 맡게 되면서 '빚 보증' 리스크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엔솔은 최근 자회사(81.59%)인 원방삼현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일으킨 100억원 규모의 차입에 보증자로 나섰다. 채무보증 금액은 실제 차입금 보다 20% 많은 120억원으로 설정됐다.
이로써 케이엔솔이 원방삼현에 제공한 채무보증 총액은 360억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케이엔솔은 이미 지난 2021년 원방삼현이 KDB산업은행에서 일으킨 대출과 관련해 240억원의 채무보증 잔액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원방삼현은 케이엔솔의 손자회사로서 교량 업체인 삼현비앤비(B&E)의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케이엔솔(81.59%)→ 원방삼현(83.75%)→ 삼현비앤이로 이어지는 구조다.
케이엔솔(구 원방테크)은 지난 2018년 NVH코리아그룹에 인수된 HVAC(냉난방공조) 업체로 클린룸(청정실)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2차전지 분야, 제약·바이오 등의 생산시설에 청정 공간을 조성하는 게 주요 비즈니스다. 클린룸은 NVH코리아 연결매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자동차 부품 못지않은 그룹의 캐시카우로 주목받고 있다. 지배구조상 삼현비앤이까지 슬하에 두게 되면서 신사업인 교량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케이엔솔이 신사업과 더불어 그룹의 자금 융통을 원활하게 하는 '보증인'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케이엔솔은 원방삼현에 제공한 360억원 외에도 380억원의 추가 채무보증 잔액이 남아있다. 추가 채무보증 잔액 가운데 125억원은 케이엔솔의 중국 법인 2곳(Wonbang C&E Shanghai Co. LTD·Wonbang Tech C&E Shanghai Co. LTD)에서 발생했다. 또한 미국 법인(K-ENSOL USA INC)이 실행한 대출에도 72억원 채무보증을 섰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케이엔솔이 관리 책임을 가진 해외법인 뿐 아니라 관계기업에도 보증을 서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케이엔솔은 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차량용 부직포 제조사인 GH신소재에도 100억원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룹의 중추인 NVH코리아가 지난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일으킨 대출과 관련해서도 84억원의 보증 잔액이 남아있다. 이러한 내역을 합한 채무보증 총 잔여액은 740억원으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케이엔솔 현금성자산(239억원)의 3배에 달한다.
NVH코리아 관계자는 "투자 활동을 이어가면서 주력 계열사인 NHV코리아에 채무보증 잔액(3640억원)이 쌓여가다 보니 분산 차원에서 케이엔솔이 보증을 서게 됐다"며 "이와 더불어 차입 과정에서 금융사에서 먼저 케이엔솔을 채무보증인으로 세워 달라는 요청이 발생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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