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아무리 우수한 기업이라도 30년 후까지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그는 신사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핵심기술은 진부화되고 산업 자체가 쇠퇴하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선 끊임없이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한국 기업들도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업과 무관한 새로운 사업으로의 진출이 아니더라도 기존 사업 내의 제품 확장 또는 기존 사업에서 인접사업으로의 확장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이 됐단 평가다.
문제는 최근 들어 '보여주기식' 신사업 추진 아니냐는 의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업추진 역량,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 절차를 거쳤는지 의심이 드는 신사업 추진계획을 내놓곤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조금만 뒤져봐도 최근 신사업 관련 공시를 올린 곳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중 일부 기업들은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없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이 적자 또는 자본잠식 등 열악한 재무상황으로 신사업 추진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신사업 추진 진성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신사업 추진현황 실태분석' 결과도 보여주기식 신사업 추진 사례를 잘 보여준다.
발표에 따르면 2차전지 등 주요 7개 테마업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상장사(233사) 중 절반 이상(55%)인 129사가 현재까지 관련 사업 추진 현황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기업의 경우 신사업 발표 직후 주가급등시 최대주주 관련자가 전환사채(CB)를 전환한 뒤 주식을 매도하고 사업 추진은 철회하는 사례도 있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정관에 사업목적으로 추가(주주총회 특별결의)한 신사업의 진행상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신사업이 추진되지 않았다면 미추진 사유 및 배경도 공개해야 한다. 또 향후 1년 내 추진계획 존재 여부 및 추진 예정 시기도 정기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업계 내에선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투자자들이 신사업 추진 기업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는 마련됐다는 평가다.
과거 피터 드러커는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가장 높은 나라로 한국을 꼽았었다. 기업가 정신이란 시대의 변화를 읽고 사업기회를 포착,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정신을 뜻한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고 폐허나 다름 없었던 한 나라가 짧은 시간에 반도체·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신사업 추진이 이뤄질 때 우리는 또 한번의 '기적'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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