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자동차 부품 업계의 M&A(인수합병) 귀재인 구자겸 회장이 이끄는 엔브이에이치코리아(NVH코리아)의 경영 성과가 반쪽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클린룸 등 사업 다각화에 힘입어 1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최근 기업계 화두인 밸류업(주주가치 제고)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구 회장이 과거 몸 담았던 '장인회사'인 서연이화와 6%p(포인트) 이상 ROE(자기자본이익률) 격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익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NVH코리아는 40년 업력을 가진 중견사로 자동차의 소음진동과 연관된 부품에 특화된 곳이다. 자동차 부품 중에서도 내장재에 해당하는 헤드라이너, 도어트림, 콘솔, 플로어 카펫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NVH코리아의 이러한 특성은 사명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는데, 'NVH'는 Noise(소음), Vibration(진동), Harshness(덜컹거림)의 이니셜을 조합한 것이다. 생산품 대부분은 제네시스를 비롯한 현대차에 납품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NVH코리아의 원년을 2000년 이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2001년 6월 회사의 모태가 된 일양산업을 필두로 인산기업, 우창산업 등이 합쳐져 지금의 간판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출신의 '자동차맨'인 구자겸 회장은 2000년에 경영난을 겪던 일양산업을 인수해 오늘날 45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성장시켰다. 구 회장은 오너로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NVH코리아의 최대주주(29.77%) 지위를 갖고 있다.
NVH코리아의 성장세는 계열사수 뿐 아니라 실적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NVH코리아가 코스닥에 입성한 2013년까지만 해도 5000억원을 밑돌았던 연매출은 지난해 1조3000억원을 넘어섰고, 같은 기간 영업익 규모도 200억원 수준에서 600억원대로 올라섰다.
이는 자동차 부품업에만 머물지 않고 '클린룸'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구 회장의 결단 덕분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 2018년 HVAC(냉난방공조) 업체인 케이엔솔 인수를 통해 본격화한 클린룸 사업은 NVH코리아 연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NVH코리아 향한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경영계에 일고 있는 밸류업 열풍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ROE가 저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NVH코리아의 ROE는 2020년 마이너스로 전환된 뒤 이듬해 10.1%로 크게 개선됐지만 2022년 0.65%, 2023년 2.70%으로 후퇴했다. 이는 10억원의 자본을 투자했을 경우 3000만원을 버는 것도 버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서연이화, 서진오토모티브 등이 10%대 ROE를 기록한 것과도 대비된다.
다만 올해 들어 NVH코리아의 ROE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평가된다. 지난 상반기 NVH코리아의 ROE는 12.39%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 상위권에 속할 수준은 아닌 만큼 보다 적극적인 기업가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장인회사'이자 '친정'인 서연이화와의 격차 좁히기가 과제로 꼽힌다. 서연이화는 NVH코리아의 제품군에 속하는 도어트림, 콘솔 외에도 범퍼, 시트 등을 제조하는 곳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20%에 근접한 ROE를 보이고 있다.
서연이화는 구 회장의 장인인 유희춘 창업주가 일군 부품사다. 구 회장의 부인이자 NVH코리아 2대 주주(6.37%)인 유수경씨의 부친이 유 창업주다. 구 회장은 과거 장인회사인 서연이화에 몸담기도 했다. 현대차 제품개발연구소와 KG모빌리티(당시 쌍용자동차)를 거쳐 1997년 서연이화(당시 한일이화)에 합류했다. 이후 서연이화 사장까지 오른 뒤 퇴사해 일양산업 등 M&A(인수합병)로 몸집을 키운 곳이 NVH코리아다.
NVH코리아 관계자는 "인도, 폴란드, 중국 등 해외법인의 가동이 좋아진 데다가 클린룸에 해당하는 환경에너지 부문 실적이 개선되면서 올해 회사의 ROE가 높아졌다"며 "향후에도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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