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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표 쇄신론
딜사이트 이성희 차장
2024.10.23 07:00:32
국감서 능숙한 대처로 분위기 반전…검찰·당국 조사 결과는 남았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2일 08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딜사이트 이성희 차장]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중 하나인 '종횡가'의 소진이라는 사람은 "옛날에 일을 잘 처리했던 사람은 화를 바꿔 복이 되게 했고 실패한 것을 바꿔 공이 되게 했다"고 말했다.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화위복',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전후의 사정을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화를 바꿔 복이 됐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실패한 부분을 바꿔 공이 되게 했냐고 물으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국정감사 전 임 회장의 입지는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았다.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에 이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건까지 겹악재에 맞닥뜨리며 책임론이 비등했다. 마침 국정감사를 앞 둔 시점이라 금융지주 회장 최초로 국감에 불려나갈지 관심이 집중됐고, 증인 출석 의지를 밝혔을 땐 국회 정무위원들의 날선 질의에 고초를 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과연 노회한 경제관료 출신은 달랐다. 임 회장 본인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부당대출 등의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 책임론의 방향을 '사퇴'가 아닌 '쇄신'으로 물꼬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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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원들 역시 '임종룡 책임론'보다 향후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임 회장이 그 쇄신안을 철저히 이행해달라는 뉘앙스의 당부를 전했다. 사실상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와 임 회장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본 셈이다. 


과거 한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유행어 아닌 유행어 "사퇴하세요!"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또 이렇게 의례적인 질문과 답이 오가는 자리를 예상하지도 않았다. 임 회장 거취에 대한 질문도 강민국 의원 한 명 뿐이었다. 이 조차 향후 이런 횡령이나 배임 사건이 생기면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지였다. 


금융권에서는 국감 후 임 회장의 화술과 태도, '청산유수'와 같이 답변하는 모습에 "역시 괜히 금융위원장까지 오른 인물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임 회장의 국감 출석은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임 회장 사퇴론은 쑥 들어간 대신 우리금융 쇄신안에 세간의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구차한 연명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경영자의 모습으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국감 최초 금융지주 회장의 증인 출석은 이렇게 지나갔다. 임 회장 조기사퇴설은 일축되면서 대규모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의 화살도 과녁을 잃어버렸다. 


과거 제 1대 금융감독원장을 지내고 두 번의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친 뒤 대한민국 부총리까지 올랐던 이헌재 전 부총리가 쓴 '경제는 정치다'라는 저서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경제에는 절대 논리가 없다. 경제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삶에 대한 선택이다. 모든 선택에는 이해관계자의 가치 판단이 담겨 있다. 그리고 언제나 타협과 조정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제는 정치다"


과거 금융위원장까지 지내면서 쌓은 경제관료로서의 정치 능력에 농협금융과 우리금융 등 두 번의 주요 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면서 체득한 경영자의 관록이 더해진 임 회장은 스스로 '전화위복'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 


다만 아직 우리은행 부당대출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와 검찰의 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감 증인석에서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질 일이 있다면 충분히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임 회장의 공언이 지켜질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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