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배달의민족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강한 질타의 대상이 됐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지나치게 높은 중개수수료 책정으로 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선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두고 '추악한 형제들'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져 나왔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논란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던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배달앱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입점업체에 대한 수수료 문제도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국내 배달 플랫폼시장의 과반 이상을 점유한 배달의민족은 항상 주타깃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이 문제가 특히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고 있는 데에는 외식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기로에까지 내몰린 현상이 있다. 여기에 배달의민족이 지난 8월 중개수수료를 종전보다 3% 올린 9.8%로 책정하며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달수수료 부담으로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마치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와 언론을 중심으로 외식업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이 마치 배달 플랫폼 탓이라는 과도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게만 지나친 비판과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국내 외식업주들의 어려움을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이 정말 배달 중계수수료 인상 때문일까? 오히려 장기화되고 있는 고물가와 불황 등으로 외식업 경기 자체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식자재값, 각종 공공요금, 임대료 인상 등도 외식업주들의 경영난을 부추기는 주요인들이다.
나아가 배달 수수료 논란 이면에서 그 동안 외식업주들이 플랫폼을 통해 많은 혜택을 누린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식업주들은 배달앱 입점을 통해 주문채널을 확대하고 과거 전단지와 쿠폰북 등에 의존했던 광고방식도 손쉬운 온라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홀 장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배달앱 주문을 통해 매출 공백을 톡톡히 메우기도 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를 봐도 배달앱 입점으로 비용부담이 감소했다는 업주들의 응답이 33%에 달했다.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들까지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맹목적인 배달수수료 비난은 다소 불편함을 남긴다.
지난 7월부터 정부 주도로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상생협의체가 운영 중이다. 이들은 협의체 구성 이후 3개월 동안 배달수수료를 얼마나 낮출지를 두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입점업체들은 현재 수수료의 절반 수준인 4~5%대 수수료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입점업체 매출에 따라 2%~9.8%의 차등수수료를 제시한 상태지만 반발이 지속되며 논의 자체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물론 우아한형제들과 같은 대기업이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상생의 길을 도모해야 하는 방향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배달 수수료만을 가지고 논쟁을 이어간다면 결국 소탐대실에 그칠 공산이 크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미 중추산업으로 자리잡은 배달 플랫폼들이 외식업주와 라이더 그리고 고객에게 상생을 위한 재투자(사회적 환원)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가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 지난 3월 배달의민족은 2030년까지 2000억원 규모의 사회적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약에는 외식업주와의 동반성장과 배달라이더의 안전 인프라 구축 등 방대한 투자계획이 담겼다.
배달의민족이 상생을 위한 사회적 약속을 잘 이행하기 위해서는 외식업주들도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배달 플랫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어렵게 구성된 상생협의체에도 반목을 이어가기 보다는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이 서로의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화합을 이끌어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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