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어릴 때부터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보니 외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머릿속에 명확하게 박혀있다. 미국 엘리트들에게 한국은 정교하게 만든 제품을 미국·일본·유럽보다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나라다"
지난 15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SDT 본사에서 만난 윤지원 대표의 말이다. 1990년생인 그는 2002년부터 미국에서 지내면서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라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고 한다. 윤 대표는 SDT를 창업한 배경에 대해 "학창시절부터 쌓아온 물리학적 이해도를 한국인으로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산업과 접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나 반도체를 만드는 일처럼 양자컴퓨터에 들어가는 장비나 양자 통신 장비들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제조업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현재 양자산업의 성장 과정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미국은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가 발달했다면 독일이나 일본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들이 강점을 지녔다"면서 "한국과 대만은 우수한 조립 기술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큐피유(QPU·양자컴퓨터 연산장치)를 만들 수 있는 후보 물질이 많게는 8개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양자사업에서 디텍터(Detector) 장비를 잘 다룬다"고 말했다.
윤지원 대표는 "양자기술도 반도체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지식재산권을, 일본과 유럽이 소재를 맡는다면 우리나라에게 남는 건 제조뿐"이라면서 "양자산업에서의 제조 분야를 선점한다면 반도체가 우리나라 경제에 큰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듯 양자기술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명성을 높이는 산업으로 커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 11월 설립한 SDT는 양자표준기술 전문기업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적인 요소와 전자적인 요소로 나뉜다. 인간이 전송한 전자신호를 양자신호로 변환하고 양자시스템에 올라온 신호를 다시 전자신호로 전환해 인간의 프로그래밍 행위를 돕는 원리다. SDT는 전자 장비를 양자 표준으로 개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양자 현상을 측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의 전자 장비를 고안하고 있다는 뜻이다. 양자표준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장치는 저렴한 가격에 양자컴퓨터의 신호 전송 과정을 더 빠르게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DT의 경쟁력으로는 물리학에 대한 윤지원 대표의 전문성을 꼽을 수 있다. 윤 대표는 2014년 6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물리학·전자공학 학사와 전자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3년 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그는 "양자 기술은 도제식 교육으로만 전수가 가능하다"면서 "고등학생이던 2008년부터 석사 때까지 블라단 불르틱(Vladan Vuletic), 미하일 루킨(Mikhail Lukin) 등 양자 통신 분야의 저명한 지도자들 아래서 관련 노하우를 배우고 관련 실험을 실제로 진행해본 경험들이 사업 전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SDT가 다수의 투자기관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이처럼 윤 대표가 얽힘, 중첩 등 복잡한 양자 개념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 같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덕분에 회사는 지난 8월 2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투자유치에서 신한벤처투자로부터 100억원의 자금을 받아냈다. 나머지 100억원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2차전지 장비 전문기업 파인텍을 비롯한 민간 기업들과 다수의 금융기관 등이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투자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유치는 오는 11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SDT의 누적 투자유치금은 470억원에 달한다. 주요 투자기관들은 GS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GS그룹, 신한캐피탈, 스마일게이트, 신한벤처투자 등이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에 기술성 평가를 받고 하반기에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목표하고 있는 시가총액은 3000억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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