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최근 많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IPO 제도를 마치 '구제 수단'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즉, 재정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손쉽게 자금을 확보하려는 방편으로 IPO 제도를 오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절박함을 모르지는 않는다. 지난 몇 년간 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IPO는 이들에게 당장의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돼 왔다. 특히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스타트업들에게 IPO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IPO를 단순한 재정 구제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IPO는 단순히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업 성장 전략과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조화시키는 자본 조달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신의 성장성을 증명하고, 주주들은 이를 판단해 투자한다는 것이 기본 원리다.
최근 한 기업은 자본잠식률이 90%를 넘은 상태에서도 IPO를 통해 상장에 성공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러나 5% 내외의 낮은 생산시설 가동률과, 수천%에 달하는 부채비율로 인해 영업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상장 당시 목표로 했던 실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또 다른 기업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 중인 이 기업은 연말까지 직원 급여 지급이 어려울 정도로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피하기 위해 대표가 자금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기업의 존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당국은 이에 대해 다소 느슨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IPO 기업 취재 당시 당국은 자본잠식 문제에 대해 "공모 후 유형자산을 획득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다소 안일한 답변을 내놨다. 이 밖에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의 재무 리스크를 투자자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PO 진행 시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조한다. SE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은 IPO 추진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재무 상태와 경영 리스크에 대해서도 투명한 보고를 요구한다. 이는 IPO가 단순한 자금 조달 도구가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본 거래임을 보여준다.
IPO 제도는 한 번 타고 끝나는 '구명보트'가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항해하는 '성장의 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항로를 명확히 하고, 당국은 방파제와 같이 시장의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투자자들 역시 배가 끝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을지 면밀히 따져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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