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두 항공사가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조건부 승인 요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기업결합 심사국인 미국이 딴지를 걸지 않는다면 4년 만에 '공룡 항공사'가 출범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40년 가까이 경쟁 관계를 구축해 온 두 항공사의 내부적 융합이 중요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진행 상황과 새로운 리더십,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방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KAL)이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품게 되면 최우선적으로 주요 경영진 교체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이 현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인수합병(M&A) 효과가 오히려 반감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동종 업종 인수합병(M&A)이라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인수 주체가 항공사가 아닐 경우에는 전문성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국적사 중에서 가장 업력이 오래됐을 뿐 아니라 글로벌 항공산업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장기 부실 탓 재무건전성 훼손…대대적 리더십 교체 필요성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12월 중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실시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체결한 계약에 따라 거래종결(딜클로징) 기한은 12월20일인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조건부 승인이 최종 마무리돼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앞서 대한항공이 밝힌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 절차(PMI)에 따르면 두 항공사가 화학적으로 결합되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안전운항체계 ▲정보통신(IT) 시스템 ▲조직 및 회계 제도 ▲글로벌 얼라이언스 등 여러 가지 과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해당 작업이 끝나면 최종 합병이 이뤄지게 된다.
대한항공은 가장 먼저 통합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의 핵심 경영진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표이사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이 M&A 시장 매물로 내던져진 주된 요인이 부실 누적에서 비롯된 재무건전성 악화인 만큼 고강도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감사보고서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며 신용도가 급락했고, 1조원을 훌쩍 웃도는 과도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조기 상환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였던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금호산업은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불확실한 재무 상태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올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625.5%로 나타났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803억원이었고, 이자비용으로만 2238억원을 지출했다. 벌어드린 돈보다 3배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렇다보니 아시아나항공의 리더십을 교체하지 않을 경우 사업 경쟁력 약화 뿐 아니라 대한항공의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 경영진 유지 땐 노노갈등…'영업통' 최정호 부사장 신임 대표 유력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을 교체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도 적지 않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경영진을 품고 갈 경우 내부 융합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 문화와 색깔이 완전히 다른 만큼 현 경영진과 새 임원을 중심으로 노·노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한시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경영을 유지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완전한 통합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점은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허브공항과 네트워크, 기재, 인력 등 통합된 자원 관리가 뒷받침되려면 일관성 있는 경영 체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대한항공이 충분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이종산업간 M&A가 이뤄질 경우 전문성 부족과 경쟁력 하락을 이유로 기존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거나, 외부에서 해당 업종 전문가를 영입한다. 하지만 글로벌 20위권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노선 ▲여객 ▲안전 ▲IT 등 각 분야별 전문가 층이 가장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의 경우 임원진을 순차적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한항공과 사업이 중복되는 계열사의 경우 시간차를 두고 통합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점령군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최정호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통합 총괄 부사장을 통합 아시아나항공 신임 대표이사로 유력하게 손꼽고 있다. 최 부사장이 현재 대한항공 부사장단 가운데 유일하게 항공 영업과 노선 전략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 부사장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수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계열 LCC 통제도 능숙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적사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대규모 그룹사 임원 인사를 실시할 전망"이라며 "최 부사장의 경우 인수통합 업무를 맡고 있는 데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치를 쌓은 만큼 대체 불가 인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항공업 특성 상 외부에서 통합 아시아나항공 신임 대표를 선발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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