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절반의 성공이 있었다."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말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강 사장은 보험사업 수익 구조를 만들고 디지털 손해보험사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절반 정도는 이뤘다고 평가했다.
강 사장의 임기는 올해 말 끝난다. 강 사장이 연임에 성공해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EZ손보의 '실적 부진'과 '디지털 기반 다지기'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강 사장의 연임 여부도 달라질 전망이다.
신한EZ손보는 2022년 7월 신한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손보를 인수해 출범한 회사다. 강 사장은 신한EZ손보 초대 대표를 맡아 햇수로 3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우선 신한EZ손보의 실적만 놓고 보면 강 사장의 연임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한EZ손보는 출범 이후 줄곧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임 여부를 결정한 올해도 흑자전환이 어려운 것으로 예상된다.
캐롯손해보험이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다른 디지털 손보사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강 사장의 경영 실패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분위기 쇄신 등을 위해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신한EZ손보는 올해 상반기 60억26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7억2100만원)와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연간 기준 순손실 규모는 2022년 –686억원에서 2023년 –77억원 등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 출범 초기 디지털 기반을 다지는 데 강 사장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는 점이나 보험사업 성장 등을 이유로 강 사장의 연임에 무게를 싣는 시선도 있다.
강 사장은 신한EZ손보의 초대 대표를 맡아 디지털 기반을 잘 닦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신한금융이 삼성화재 부장 출신의 강 사장을 영입한 배경도 여기에 있었던 만큼 디지털 기반을 닦은 공로가 크게 인정받을 수도 있다.
신한EZ손보를 맡자마자 강 사장은 13년이나 된 기존 IT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고 올해 4월 작업을 완료했다. 보험계약, 청약과 심사, 보험금 지급 등 업무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며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게 신한EZ손보 설명이다.
신한EZ손보는 올해 들어 운전자보험을 시작으로 장기보험 상품을 줄줄이 내놓으며 보험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원수보험료가 지난해 상반기 234억29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269억1500만원으로 14.8% 증가하는 등 성과가 차츰 가시화하고 있다.
강 사장은 2022년에야 신한금융에 합류한 외부 출신 인사다. 신한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외부 인사 영입에 관대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40대 삼성화재 부장 출신이 계열사 대표에 오른 일은 파격으로 여겨졌다.
신한금융은 2022년 5월 강병관 전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 부장을 BNPP카디프손해보험(현 신한EZ손보) 인수추진단장 겸 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같은 해 7월 신한EZ손보가 출범하면서 강 사장도 대표에 취임했다.
강 사장은 디지털과 손해보험업의 교집합을 충족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대학생일 때 '카페24' 등 스타트업에서 IT 솔루션·서비스 개발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삼성화재에 있는 동안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서 실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강 사장은 1977년생으로 올해 만 47세다. 포항공대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삼성화재에 입사한 뒤 글로벌, 대외 제휴, 투자 전략, 전사 경영, 리스크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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