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포스코퓨처엠은 포항에 세우기로 했던 1조2000억원 규모의 전구체 및 고순도 니켈원료 생산 공장 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중국 합작공장 투자 잔금납입 일정도 연기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 성장성만 보고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부담이 커진 까닭이다. 이에 포스코퓨처엠의 국내외 이차전지 소재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 역시 커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절강성에 설립한 양극재 합작사 '절강포화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 및 전구체 합작사 '절강화포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에 대한 지분 최종 취득 시점을 올해 9월에서 내년 6월로 연기했다. 두 합작사에 총 2809억원을 5회에 걸쳐 분할납부 하기로 했었는데 마지막 대금을 치르지 않은 까닭이다. 두 합작사는 2021년 중국 코발트 생산기업 화유코발트와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돼 왔던 프로젝트다.
현재 전구체 합작사 절강화포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의 생산능력은 3만5000톤으로, 당초 목표로 한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양극재 합작사의 경우 생산능력 2만5000톤으로 증설 목표치에 미달한 상태다. 현재 양극재 공장 증설 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퓨처엠이 잔금 납입과 증설 공사를 멈춘 것은 배터리 시장 위축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북미 전기차 신차 출시 지연 등으로 전기차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자본적지출(CAPEX) 규모를 2조8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줄였다. 아울러 이달 초에는 경북 포항에 1조2000억원 투자해 이차전지 소재 공장을 지으려던 계획도 철회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 전반적으로 기존 생산능력으로도 충분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투자를 최대한 미루려는 상황"이라며 "포스코퓨처엠의 신용도 등을 고려하면 자금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 일정을 조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합작사 잔금납입 일정이 연기된 것은 전기차 캐즘과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합작사의 자금 현황을 고려해 마지막 납입 일정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양극재 공장의 생산능력을 3만5000톤까지 증설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변동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재 양극재 공장 증설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당장 자금 투입 필요성이 없어져 잔금납입을 미룬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합작사의 자금 현황상 당장 추가 투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합작사)운영 자금에 여유가 있어 자금납입 일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에선 포스코퓨처엠의 이번 잔금납입 연기로 재무상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 투자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출 일부를 내년으로 이연하면서 유동성, 재무 안정성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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