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동맹전선을 구축한 것을 두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며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현대차와 GM이 매년 글로벌 완성차 시장 '탑(Top) 5' 순위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여서다.
미래 모빌리티를 강조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뚝심 경영'이 유례없는 파트너십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국산 저가 공세에 '현대차·GM' 동맹 맞불…"공동 개발·생산 효과 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최근 정의선 회장은 미국 뉴욕 제네시스하우스에서 메리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이번 만남은 현대차와 GM 간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을 위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구체적으로 양사는 ▲승용·상용 차량 ▲내연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 공동개발 및 생산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와 철강,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 방안도 검토해나가기로 했다.
현대차와 GM이 머리를 모으게 된 배경에는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저가 공세를 퍼붓는 등 글로벌 완성차 시장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야디는 친환경차의 상징으로 통하는 테슬라와 전기차 점유율 1위 자리를 다둘 만큼 존재감을 키운 상황이다.
양사 협력에 따른 기대효과로는 '생산 비용 및 효율성 증대'가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와 GM이 향후 전기차를 비롯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 등을 공동 개발,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양사가 한 차종을 여러 브랜드로 출시하는 '리배징' 전략을 취할 경우 신차 개발비와 판매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다는 논리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통합 소싱 방안 추진 시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도 가능하다"며 "현대차 입장에서는 GM이 구축한 북미 지역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활용한다면 현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에도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정의선 '미래 모빌리티' 비전 결실…미국서 전기차 시장 2위 '우뚝'
필요하다면 '적과의 동침'까지 마다하지 않는 현대차 경영행보는 정의선 회장이 제시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 비전과 궤를 같이한다. 전통 자동차 업체에서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드카는 물론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을 아우르는 미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요지다.
특히 GM과의 이례적인 동맹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울산 현대차 EV 전용공장 기공식 현장에서도 "큰 틀에서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운영의 묘를 살려 전기차 분야에 투자해볼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의 뚝심 있는 경영은 성과로 화답하는 모습이다. 미국 자동차 평가기관 켈리블루북 집계 결과 2023년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7.8%(9만434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3위 GM(7만5883대)과 4위 포드(7만2608대)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이는 '자동차 본고장'이나 다름없는 미국에서 거둔 성과로 의미가 깊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위를 수성했다. 2014년 기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울 EV' 앞세워 현지에 발을 디딘지 10년 만이다.
올해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달 중 미국 조지아주에 조성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HMGMA는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됐다. HMGMA 건설 투자에만 약 10조원이 투입됐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4년은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로 지속 성장해 나가는 해로 삼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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