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차가 그간 적이나 다름없던 GM을 벗으로 삼는 과감한 승부수를 띄었다. 안방 공장을 폐쇄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폭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2위 자리를 꿰차고자 '적과의 동침'도 불사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주도할 친환경 부문에서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으로도 해석된다.
◆ 픽업트럭·대형 SUV…GM 노하우 활용 북미 공략 가속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앞으로 GM과 주요 전략 분야에서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정의선 회장은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과 ▲승용·상용 차량 ▲내연 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 등에서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한 생산 비용 절감을 비롯해 배터리 원자재, 철강 등 주요 차량 소재를 통합 소싱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양사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추가 협의를 통해 내놓기로 했다. 또한 기아도 참가해 3사 동맹 결성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협약으로 현대차는 글로벌 2위 완성차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6위 지위를 누리고 있는 GM을 우군으로 삼으며 3위 폭스바겐을 추격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그룹(434만8000대)과 현대차그룹(361만5915대)의 글로벌 판매량은 73만대에 불과하다. 이러 가운데서 폭스바겐은 안방인 독일에서 공장 2곳을 폐쇄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어 시장 지위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폭스바겐이 위기에 처한 사이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격전지인 북미에서 점유율을 끌어 올려 톱2 진입을 노릴 수 있다. 현대차는 싼타페, 투싼 등 주로 중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를 앞세워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인기가 높은 픽업트럭과 대형 SUV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반면 GM은 미국 토종 브랜드인 만큼 콜로라도(쉐보레), 에스컬레이드(캐딜락), 시에라(GMC) 등 대형 모델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현대차가 GM이 대형급 차량에서 가진 기술력과 노하우, 유통망 등을 활용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해석이 따른다.
◆ EV 분야 테슬라·BYD 대항마 구축…수소차 리딩 '굳히기'
특히 CAPEX(설비투자)와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수익성 증대에도 적잖은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약에는 유휴 시설을 통한 공동 생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GM이 세계 각지에 보유하고 있는 공장에서 현대차 차량이 생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GM도 마찬가지로 현대차 공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주력 차종과 마찬가지로 생산시설에서도 두 회사가 겹치는 부분이 적어 상호간 윈윈 효과를 볼 수 있다. GM의 생산거점이 마련된 전 세계 35개 지역 가운데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이집트 등에는 현대차 공장이 없다. 현대차가 GM을 지랫대 삼아 신흥 시장인 남미와 중동에서 입지를 키울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전기차, 수소차 등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테슬라, BYD등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캐즘 국면에서도 테슬라는 여전히 전기차 시장 1위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 또한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 2022년 7%에서 올해 14%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12%에서 10%로 소폭 감소했다. 전기차 분야의 양대산맥인 테슬라 BYD의 대항마가 되고자 하는 현대차와 GM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소차 분야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창출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자타공인 수소차 분야를 선도하는 제조사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점유율 1위(32.7%)를 기록했다. GM도 군용 수소차에 이어 수소 트럭 등에 매진하고 있을 만큼 수소차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GM은 주력 포트폴리오와 생산거점 등에서 차이를 보여 상호간에 보완할 수 있는 요인이 적잖고, 전기차 판매의 맹점이 되는 배터리 등 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며 "추후 기아까지 연합전선에 뛰어들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만큼의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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