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계속 헤엄쳐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어처럼 우리도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자."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2021년 3월 취임하며 한 말이다. 6년 동안 BC카드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경영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던 최 사장은 무엇보다 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과 카드사 대상의 카드결제 프로세싱 대행 업무를 통해 수익 대부분을 올렸던 BC카드는 최 사장 취임 이후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에 팔을 걷어붙였다. 자체카드 사업을 본격화한 것도 이때부터다. 어느덧 BC카드는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카드사로 거듭났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BC카드는 최 사장 취임 두 달 뒤부터 자체카드 발급을 본격화했다. 2021년 5월 '케이뱅크 심플카드' 출시를 시작으로 7월 '블랙핑크 신용카드'와 9월 '시발(始發) 카드' 등을 줄줄이 선보였다.
이후에도 '로스트아크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카드', '신세계백화점 제휴카드', '마켓컬리 PLCC 카드' 등을 선보이며 자체카드 상품군을 꾸준히 늘려왔다. BC카드 홈페이지를 보면 BC카드 자체 브랜드(BC바로카드) 상품은 모두 29종이다.
BC카드의 상품은 자체카드와 회원사 카드 등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자체카드는 BC카드가 직접 발급하는 카드이고 회원사 카드는 BC카드가 업무를 대행하는 은행이나 카드사 등에서 발행한 카드다.
당초 BC카드는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드는 은행들이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이에 카드결제 프로세싱 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자체카드 사업에는 소극적 태도를 지켜왔다. 회원사와 경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체카드 상품군을 확대하면서 BC카드의 자체카드 수수료수익도 빠르게 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자체카드 수수료수익은 2020년 25억원에서 2024년 179억원으로 13배 넘게 불었다. 전체 영업수익에서 자체카드 수수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0.15%에서 0.94%로 증가했다.
BC카드가 자체카드 사업을 본격화한 이유가 카드결제 프로세싱 사업에 치중된 수익 구조를 바꾸는 데 있는 만큼 자체카드 사업 성장의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BC카드는 2020년에만 해도 전체 영업수익의 87%를 매입업무로 냈다.
아직 자체카드 회원 수는 다른 카드사에 크게 못 미치지만 회원 수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자체카드 전체 회원 수는 7월 말 기준 255만5000명으로 지난해 말 191만4000명보다 64만1000명 늘었다.
최 사장은 자체카드 개발과 출시 등 과정을 든든하게 뒷받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소 도발적 작명으로 주목을 받은 시발(始發)카드의 경우 젊은 직원들의 주도 아래 상품이 개발됐는데 이때 최 사장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 사장은 취임식을 유튜브에서 진행하고 종종 직원들과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수평적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BC카드 직원들은 인터뷰 기사에서도 최 사장을 '사장님'이 아닌 그의 닉네임인 '원스틴'이라고 부른다.
신세계백화점 제휴카드는 최 사장의 네트워크가 톡톡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 사장은 BC카드 대표에 오르기 전 삼성증권, 에프앤가이드, 에프앤자산평가 등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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