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아진산업이 해외 생산거점을 앞세워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나섰지만 주요 거래처에 집중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진산업 전체 매출의 90% 가량이 1차 벤더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로부터 발생하고 있어서다.
◆ 신용등급 투기등급 'BB' 부여…"납품단가 인하 요구 대응력 취약"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진산업이 현대차·기아와 거래해 올린 매출액은 33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매출의 9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아진산업은 현대차와 기아에 자동차 차체 보강 패널과 차량용 전장부품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양사가 아진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했다. 매출 비중을 별도로 공시하는 미국법인(JOON.LLC) 거래 실적을 더하면 현대차·기아 매출 의존도는 9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아진산업 특유의 '매출 쏠림'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납품 거래가 유지되는 업계 관행상 사업 안정성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진산업은 성우하이텍·세원정공·일지테크 등과 현대차·기아 주요 1차 협력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현대차·기아 매출 의존도가 큰 만큼 경영 리스크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거래처가 한정돼 시장 대응력이 떨어지는 데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실적에 따라 아진산업 수익성까지 좌우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진산업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는 탓에 신용등급도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BB'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아진산업 신용등급(무보증사채 발행 기준)을 BB(안정적)로 평가했다. BB는 원리금 상환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내포돼 투기 요소를 지니는 경우 부여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아진산업은 글로벌 상위권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기아의 안정적인 부품 수급에 기여하면서 오랜 시간 전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 중"이라며 "다만 사업구조상 완성차 업체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 대응력은 취약하고 기업 수익도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실적 부진 중국법인 1달러 '떨이 처분'…남은 법인 적자·대손충당금 적립 '이중고'
아진산업은 일찌감치 미국과 중국 해외기지를 중심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외 납품 경로를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진산업은 현재 미국법인(JOON INC·JH INDUSTRY INC·JOON Georgia INC) 3곳과 중국 합작법인 동풍아진기차영부건유한공사를 해외 사업장으로 두고 있다.
아진산업이 미국에 깃발을 꽂은 시점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아 협력업체로 미국에 동반 진출하게 되면서 알라바마에 JOON LCC 법인을 세웠다. JOON LCC는 JOON INC의 100% 종속회사다. 이어 2011년 미국 MP-Tech사를 인수해 JH INDUSTRY INC 프레스 부품 생산 법인을 세워 현지 거점을 확장했다.
중국 진출은 2006년 아진상하이실업유한공사(옛 상하이중호기차배건유한공사) 법인 설립이 물꼬를 텄다. 이후 2013년 기아를 따라 나가 중국 옌청에 강소아진기차배건유한공사를 추가로 설립했다. 2018년에는 현지 시장 공략 차원에서 중국 시장 2위 자동차회사로 꼽히는 동풍실업유한공사와 손잡고 합작법인 동풍아진기차영부건유한공사를 세웠다.
아진산업 해외 진출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분위기다. 매출 볼륨이 큰 미국과 중국 사업 간 희비가 교차해서다. 올 상반기 기준 미국 지역 매출 비중은 전체의 74%에 달한 반면 중국 비중은 0.1%에 불과했다. 아진산업은 2016년 사드(THAAD) 사태를 계기로 현대차·기아 중국 판매실적이 고꾸라진 타격을 고스란히 입어야 했다.
강소아진기차배건유한공사의 경우 2021년 단돈 1달러에 처분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아진산업은 해당 법인 지분 전량을 서중호 대표에게 1달러에 매각하며 청산을 결정했다. 2014년 우신산업으로 지분이 넘어간 아진상하이실업유한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그나마 남은 중국 합작법인도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대손충당금까지 쌓인 실정이다. 올 6월 말 기준 아진산업은 동풍아진기차영부건유한공사 매출채권 79억원에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충당금은 기말까지 미회수된 매출채권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가리킨다.
아진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철수 수순을 밟고 있고 당사도 마찬가지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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