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간) IFA 행사장 내 중국 로보락 부스에서 만난 마커스 라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마케팅 담당자는 "로봇청소기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보다 월등히 앞서 나간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로보락의 높은 인기에 대해 그는 "출시국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로봇청소기의 기능과 디자인을 파악하기 위해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접근이 한국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보락은 현재 한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전 세계 170개 이상의 국가에 진출,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상반기 로보락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46.5%로, 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15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군으로 좁히면 점유율은 65.7%까지 치솟는다. 이는 로보락이 한국에서 자국 브랜드로 이름이 높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로보락 부스에서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올인원 로봇청소기 '큐레보 커브'를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큐레보 커브가 2증 문턱을 가뿐히 넘는 시연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제품 하단을 들여다보니 바퀴 2개와 연결된 리프트 장치가 보였다. 또 다른 로보락 담당자는 "큐레보 커브에는 이동 과정에서 문턱 등 장애물과 조우할 때 스스로 리프트를 활용해 바퀴를 최대 4cm까지 높일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가전기업 메이디의 자회사 유레카도 자사 부스 중앙에서 올인원 로봇청소기 신제품 'J15 프로 울트라' 청소 성능을 시연했다. 유레카 담당자는 "J15 프로 울트라에는 이물질 상태를 감지해 청소 브러시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인텔리뷰 AI' 기능을 적용해 이전 모델보다 청소 효율이 개선됐다"고 했다. 신제품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지역에 먼저 출시된다. 한국 출시 가능성에 대해 묻자 "정해진 게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 IFA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자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선보였지만 주요 제품으로 다룬 모습은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청소기의 다양한 라입업 중 하나로 지난 4월 출시한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소개·시연했다.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했던 올인원 로봇청소기 'LG 로보킹 AI 올인원'은 다른 AI 가전을 돋보이는 일종의 소품으로 전락했다. 유심히 둘러보지 않는다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정도였다.
양사 수장은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인정했다. 다만 내년에는 중국 업체에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후발주자가 됐지만 신제품을 기점으로 새로운 라인업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사장)도 "늦었지만 우리가 밀리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로봇청소기 분야 외에서도 존재감이 부각됐다. 과거엔 한국 기업의 제품과 비슷한 '가성비' 제품을 내놓는 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기술력을 앞세운 신제품으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이얼, 하이센스, TCL 등 중국 주요 업체들은 각자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이얼은 식기세척기와 세탁기 등 가전 제품의 핵심 부품을 투명한 박스 안에 전시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TCL과 하이센스는 저마다 '세계 최고·세계 최대'라는 홍보 문구를 부착한 대형·고해상도 TV를 선보였다.
중국의 소규모 업체인 링콘과 링크톱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반지를 선보인 것도 눈에 띄었다. 링콘은 지난달 출시했던 '링콘 젠 2'를 들고나왔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선보인 '갤럭시링'과 무게나 디자인 측면에서 비슷한 모습이었다. 링콘 담당자에게 갤럭시링과의 차이를 묻자 "업계 최초로 수면 무호흡증 증상을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스마트반지"라고 말했다. 링크톱도 자사 부스에서 '넥스링'이란 이름의 스마트반지를 전시했다.
한편, 올해 열린 IFA에는 전 세계 139개국에서 1800개 이상의 글로벌 업체가 참여했다. 중국의 참여 기업 수는 1300여개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국가에서 가장 많은 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127개 기업이 참여한 한국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와 별개로 비유럽 브랜드 입장에서 밀레와 보쉬 등 가전 강자들이 포진한 유럽 시장을 공략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한국과 중국 기업 모두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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