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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 압박 1년…밸류업 동참 주목
이세정 기자
2024.09.13 06:30:18
②아세아제지 주주연대 결성…배당 확대 등 환원책 실천, 지배구조 선진화 모색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2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세아제지 세종공장. (출처=아세아제지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아세아제지가 지난해 7월 대대적으로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지 1년이 흐른 가운데 실질적인 이행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아세아제지가 공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배경에는 소액주주 달래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이 미흡한 주주환원과 오너 중심의 잘못된 경영 등을 이유로 집단행동에 나선 전례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경영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신뢰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순익 25% 환원·액면분할 약속 담긴 4년치 환원책 발표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제지의 주주환원책은 ▲별도 순이익의 25%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 ▲총 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자사주 전량 소각 ▲주식분할 등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주주환원 규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의 주주환원책은 오는 2026년 사업년도까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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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간의 과정을 살펴보면 아세아제지는 자신들이 제시한 방안을 상당 부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지난해 총 배당금으로 별도 순이익(647억원)의 25% 수준인 162억원을 상회하는 205억원을 지급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10월 실시한 주당 500원의 분기 배당이 포함된 금액이다.


지난해 7월에는 150억원 상당의 자사주 38만6814주를 취득했는데, 기 확보한 50억원(2023년 3월 14만2978주)을 포함해 당초 약속한 200억원을 맞췄다. 올해 들어서는 연초 자사주 200억원 어치를 매입하며 400억원을 모두 충족시켰다.


아울러 올 4월 1주당 액면가액 5000원의 주식을 1주당 1000원으로 분할하기도 했다. 주식분할에 따라 보통주 수는 895만6502주에서 4478만2510주로 증가했다.


아세아제지는 이달 24일 보통주 200만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앞서 발표한 자사주 소각 로드맵에 따르면 지난해 취득한 자사주의 75% 이상을 올해 소각해야 한다. 아세아제지가 매입한 자사주는 총 52만9792주이지만, 액면분할로 인해 264만8960주로 늘어난 상태다. 이를 고려하면 최소 198만6720주를 소멸시켜야 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 소극적 주주환원 불만 품은 소액주주 공격 행보…영향력 과시 


아세아제지가 주주가치 극대화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소액주주연대가 꼽힌다. 지난해 3월 결성된 소액주주연대는 골판지를 주력으로 하는 아세아제지가 코로나19 팬데믹 수혜로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주가 관리에 소홀한 데다, 주주환원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아세아제지는 2022년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연결기준)은 8.2%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6.6%, 3.7%씩 확대됐다. 배당금은 전년 대비 11.1% 많아진 주당 1000원이었다. 하지만 배당성향은 9.5%에 불과했는데, 주주들에게 적은 이익을 돌려주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세아제지 주주환원 현황. (그래픽=이동훈 부장)

소액주주연대는 회사 측에 ▲중간배당 ▲자사주 매입 ▲소액주주연대가 추천한 감사 선임 ▲액면분할 ▲적극적인 IR 활동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고, 임시 주주총회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해 5월에는 이훈범 아세아그룹 회장 등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골판지 원지와 원자재인 폐지 가격 담합 등 불공정거래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아세아제지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면서 소액주주연대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액주주연대가 여전히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 터라 주주들과의 신뢰 회복과 주가 상승의 중요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 전자투표제 도입 등 거버넌스 개선…경영권 공격 빌미 사전 차단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동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세아제지는 올해 2월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했으며, 정관 상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설치를 위한 근거 조항을 명문화했다. 전자투표제는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주주의 의결권 행사 편의성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다.


이 같은 노력은 아세아제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에서 지배구조 등급만이 유일하게 낙제점을 받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후진적인 거버넌스 이슈를 소거하지 못한다면 외부 세력의 경영권 공격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ESG기준원이 지난해 발표한 아세아제지의 ESG종합등급은 C로 나타났다. 환경과 사회 부문은 각각 B와 B+로 중간 수준이었으나, 지배구조가 D를 받으면서 평균을 깎은 것이다. 동종업계인 한솔제지의 경우 지배구조 등급이 A였으며, 한창제지와 한국제지는 각각 C등급을 기록했다.


제지업계 지배구조 D등급에는 영풍제지와 국일제지, 신대양제지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영풍제지는 애초 C등급을 받았지만, 지난해 실소유주와 임원의 주가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D로 하락했다. 


아세아제지가 외부 세력의 경영권 공격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도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VIP자산운용은 아세아그룹 지주사인 ㈜아세아와 또 다른 주력 계열사 아세아시멘트 주식을 10% 이상 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아세아그룹 전반으로의 영향력 행사를 노리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아세아제지 주식을 취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이훈범 아세아그룹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의 경영 보폭에 제약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아세아제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세아제지가 주주친화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조만간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세아제지 주식을 보유 중인 투자회사들이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제시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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