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재임 기간 나쁘지 않은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에도 금융권에선 이 회장의 연임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거듭된 '내부통제' 실패 탓이다. 특히 올해 빈번히 발생하는 대규모 금융사고에 금융당국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 회장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준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1일 만료된다. 지주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임기 만료 3개월 전 새로운 후보 추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 말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올해로 2년의 임기를 마친다. 통상 은행 금융지주 회장의 기본 임기가 3년이지만 농협금융 회장의 경우 2년의 기본 임기를 보내고 연임할 경우 1년이 추가되는 '2+1' 방식이다. 농협금융 회장의 연임 사례가 없지도 않다. 김용환 전 회장과 김광수 전 회장이 '2+1' 임기를 수행했다.
대체로 농협금융 회장은 타 금융지주와 달리 관료 출신 회장들이 다수 선출됐다. 이 회장 역시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재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국무조정실장까지 지낸 고위 관료 출신인 데다 취임 후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 등에서 연임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온다.
다만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에서 다수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총 4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 허위 매매계약서를 악용해 약 109억원의 부당대출을 진행한 것이 밝혀졌고, 5월 공문서 위조 및 업무상 배임 등으로 약 53억원, 가장 분양자 대출 취급으로 약 11억원 등 상반기에만 3건의 금융사고가 집중됐다.
이달 초에는 농협은행 서울 명동지점에서 117억원 규모의 대출이 부당하게 지급된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이로써 올해 드러난 금융사고만 총 29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은 올해 180억원대 횡령 사고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350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고 등이 발생한 우리금융과 함께 내부통제 실패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과거 농협금융의 취약한 내부통제 구조를 지적했고, 최근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이 회장의 연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월 농협금융을 비롯해 은행과 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농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내부통제 문제와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본다는 이유였다. 특히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금융사 CEO를 포함한 임원들의 직책별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책임이 있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임기 중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한 CEO의 연임을 순순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취임 후 줄곧 경영 강조사항 중 하나로 내부통제를 빼놓지 않았다는 점도 이 회장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2월 '준법감시·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에 참석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다졌다. 당시 이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 금융소비자보호 실천은 조직의 존립과 직결되는 핵심 가치"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금융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후 7월 진행된 2차 협의회에서 이 회장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는 최선의 방법은 금융회사의 자발적·능동적 내부통제 강화"라며 책무구조도 도입 등 농협금융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고 당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우리금융과 함께 올해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대표적인 곳"이라며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경영진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연임이 순탄하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