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서연이화가 해외법인과의 거래로 벌어들일 돈 대부분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매출채권(미정산 판매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70%를 넘어서게 되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연이화가 올 2분기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미정산 된 금액은 368억원으로 이중 263억원이 대손충당금으로 잡혀 있다. 충당금 설정률로 보면 71.47%에 달하는 수치다.
기업은 받아야 할 돈 가운데 제때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충당금이라는 명목으로 장부에 미리 반영해 둔다. 회계적 처리인 만큼 당장 현금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장부상 비용으로 계상돼 재무지표에 악영향을 끼친다. 쉽게 말해 서연이화가 263억원이 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비용으로 처리한 것이다.
서연이화가 충당금 부담에 시달리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서연이화의 충당금 설정률은 3.30%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에 두 자릿수로 올라선 뒤, 2020년대 들어서 부터는 60%대에 진입했다.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 70%선을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서연이화는 아시아(중국‧인도‧인도네시아), 아메리카(미국‧멕시코‧브라질), 유럽(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튀르키예) 등 세계 각지에 사업장을 두고 있지만, 매출채권 대부분은 중국 법인에서 발생하고 있다. 368억원의 매출채권 중에서 265억원이 중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법인의 몫이다. 연간 순이익(2021년)에 버금가는 금액을 충당금으로 떠안게 된 원인으로 중국 사업이 지목되는 이유다.
법인별로 보면 ▲BAIC 한일 충칭(BAIC HANIL Chongqing Automotive Trim) 122억원 ▲BAIC 한일 허베이(BAIC HANIL Cangzhou Automotive Trim) 119억원 ▲베이징 해납천 (BEIJING HAINACHUAN SEOYON XINGGU AUTOMOTIVE PARTS) 22억원 ▲장쑤 서연 인텍(Jiangsu Seoyon Intech Auto Interior) 2억원이다.
이들 중국 법인에서 대금 유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배경으로 주거래처인 현대차‧기아의 중국 사업 축소가 지목된다. BAIC 한일 등 중국 법인은 주로 서연이화에서 반조립부품(CKD)을 받아 완제품으로 만든 뒤, 현지 현대차‧기아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가 '탈중국'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중국 법인들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분석이다.
서연이화 관계자는 "2017년 무렵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주요 고객사의 현지 비즈니스가 안 좋아졌고, 자사의 중국 법인도 이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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