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무차입 경영방식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바탕으로 카지노 사업장 운영에만 집중해온 것이 기업가치 하락과 본업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시장에서는 GKL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를 통한 사업다각화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KL의 올해 2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7.22%로 집계됐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들의 2분기 말 연결기준 평균 부채비율이 113.11%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특히 GKL은 최근 경영실적 부진을 겪었음에도 부채총계를 2019년 말 3243억원에서 올해 2분기 말 1944억원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는 GKL이 2005년 9월 설립된 이래로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GKL은 그 동안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곳간에 쌓아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GKL의 이익잉여금 규모는 2012년 2790억원에서 2015년 4038억원으로 늘었고 2019년 533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특히 이 같은 무차입 경영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의 돌파구로도 작용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GKL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0~2022년) 하늘길이 막히자 대규모 적자(총 2485억원)를 기록했다. 이때 쌓아온 이익잉여금이 위기를 버틸 수 있게 만든 기초체력이 됐다. 이후 GKL의 이익잉여금은 2022년 말 3302억원으로 바닥을 찍고 올해 2분기 말 3594억원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GKL의 무차입 경영의 발판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 영향이다. GKL의 올해 상반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 98억원으로 나타났다. 유·무형자산 획득, 장·단기 금융상품의 취득 등 투자활동을 펼친 결과 오히려 현금이 유입됐다는 의미다. 이는 경쟁사인 파라다이스(-3733억원)와 롯데관광개발(-255억원)이 적잖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반면 GKL은 뛰어난 재무건전성과는 달리 본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데믹 조치 이후 카지노산업은 복합리조트 등 부대시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GKL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GKL이 벌어들이는 현금 역시 대부분 정부로 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GKL의 최대주주는 지분 51%를 보유한 한국관광공사다. GKL은 앞서 2017년 451억원→2018년 439억원→2019년 407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때 연결기준 현금배당성향은 56.6%에 달했다. 이는 당해 GKL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는 의미다. 아울러 GKL은 지난해 218억원의 현금배당을 재개했는데 이때 현금배당성향도 49.8%에 이르렀다.

높은 배당성향에도 GKL의 주가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우하향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특별한 주가 반등 요인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 GKL의 주가는 2014년 8월 29일 4만9600원을 정점을 찍은 뒤 이달 3일 종가 기준 1만670억원으로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GKL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투자를 늘려 사업다각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GKL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며 "세계 카지노산업의 추세는 복합리조트를 통해 고객들이 먹고, 자고, 놀고 쇼핑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는데 GKL처럼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은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