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부품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가 외형 성장에 비해 주주환원에는 인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믹스개선 등에 힘입어 연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음에도 배당 규모는 제자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연이화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96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5%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3조원 시대의 포문을 연 데 이어, 올해 또다시 실적을 경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서연이화는 2014년 지주사인 서연에서 인적분할해 홀로서기에 나선 후 수년간 연매출 2조원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했는데, 2022년 2조845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조5743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의 약 87%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믹스개선 등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후광 효과를 봤다. 서연이화는 현대차에서 연매출의 53%를, 기아에서 34%가 발생하고 있을 만큼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서연이화는 현대차그룹과 '50년 지기'이기도 하다. 지난 1976년 현대차가 첫 양사차인 포니를 선보였을 당시 시트 부품사로 참여해 오늘날까지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그랜저, 싼타페, 쏘렌토 등에 도어트림, 콘솔, 시트, 범퍼, 패키지 트레이 등을 공급하고 있다.
외형 성장을 이뤄낸 만큼 서연이화는 산업계 전반에 일고 있는 밸류업 기조에 맞춰 주주환원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결산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주당 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 2021년에 DPS(주당배당금)를 기존 100원에서 150원으로 늘린데 이어 또 한 번 증액한 것이다. 발생주식수(2702만8437주)에는 변화가 없었던 만큼 총 배당금 규모도 41억원에서 54억원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서연이화의 배당정책이 되레 뒷걸음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배당 규모를 확대한 것은 맞지만 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서다.
실제 지난해 서연이화의 배당성향(지배주주 손익 대비 총 배당금)은 3.43%로 전년 대비 3.85%p(포인트) 하락했다. 팬데믹으로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2021년 때 보다 무려 11.99%p가 빠졌다. 이는 여타 협력사와 비교해도 뒤처지는 수치다. 지난해 MS오토텍은 28.38%의 배당성향을 보였고, 성우하이텍 7.06%, 에코플라스틱 5.52%를 기록했다.
이는 서연이화의 현금흐름이 악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1652억원이던 서연이화의 FCF(잉여현금흐름)는 지난해 마이너스(665억원)로 전환됐다. 영업활동에서 나오는 현금흐름(1897억원) 보다 많은 설비투자(2561억원)가 이뤄진 영향이다. 서연이화는 현재 현대차그룹의 미국 '메타플랜트아메리카' 건립에 맞춰 인근에 서베너 신공장을 짓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슬로바키아 공장의 증설을 추진 중이다.
서연이화는 미국 등 해외 생산거점에서 대규모 CAPEX(설비투자)가 집행되고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배당금을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서연이화 관계자는 "팬데믹 종식 이후 실적 개선에 집중해 왔고, 이를 토대로 전동화 대응 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 왔다"며 "배당 규모는 향후 회사의 성장 추이 등을 고려해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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