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지금까지 부동산 투자는 에셋 베이스, 로케이션 베이스였다. 이제는 에셋(자산)이 아니라 에어리어(지역), 공간 위주로 밸류가 올라갈 것이다. 투자 개념도 이제는 공간과 에어리어 베이스 쪽으로 확장돼야 부동산 가치를 올리기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최자령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장(상무)은 3일 딜사이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시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자산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최 실장은 부통산투자의 패러다임이 에셋 중심이 아닌 지역 혹은 공간 중심으로 옮겨간다고 바라봤다.
최 실장은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서 국내외 시장 흐름과 트렌드 변화를 발 빠르게 읽는 투자전략실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최 실장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주택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에서 신고가 소식이 들려오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이 나온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경기가 좀 살아나고 있다고 보는가?
▲반등, 회복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반등이냐 회복이냐 달라질 수 있을 텐데 거래 규모가 얼마나 늘었냐, 거래 가격이 어떻게 되느냐에 더해 거래 빈도도 매우 중요하다.
작년 상업용부동산 거래규모는 14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국내 상업용부동산 거래 규모가 가장 컸던 때는 2021년으로 약 26조3천억원이었는데, 작년 거래규모는 2021년의 60%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것이지만, 2021년은 유동성이 가장 풍부했던 시기다. 어떻게 보면 버블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의 기준이 26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전에 유동성이 없었을 때의 수준으로 보면 작년이 코로나 이전의 숫자와 비슷하다.
올해는 조 단위의 규모가 큰 자산 거래가 있었기 때문에 아마 전체 규모는 작년을 앞지를 것이다. 이렇게 거래 규모만 보면 작년보다 회복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거래빈도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거래 빈도는 거의 3분의 1 토막이다. 거래 규모가 커진 것을 두고 전체 가격이 올랐다라고 보기보다는 그냥 코어나 프라임급 자산들이 거래가 된 영향으로 봐야한다. 100건의 딜이 이루어졌는데 거기에 평균이 10이라고 하는 거랑 1000건의 거래 평균이 10이라고 하는 건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와 달리 코로나19 이후 국내 오피스빌딩 몸값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국내 부동산시장 관계자들 90% 이상이 한국은 다르다는 얘기를 한다.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과 달리 국내 오피스는 견조하다는 얘기를 하고, 실질적으로 숫자도 그렇게 나온다. 다른 나라 대비 공실률 등 지표나 가격 또한 굉장히 좋은데, 개인적으로 글로벌 트렌드는 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시대는 인공지능(AI)이 주도하게 될 것인데 AI의 궁극적 목표는 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단순한 비즈니스나 업무는 다 대체될 것이다. 실제로 서울에 사무직 종사자 수는 늘지 않고 있다. 오피스 수요가 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1인당 면적이 증가한 영향이지 전체 머릿수가 는 것은 아니다. 오피스 수요 총량은 더 이상 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향후 국내 오피스 시장이 어떻게 될지 전망이 궁금하다.
▲오피스는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올라가고, 투자수요도 있을 거라고 본다. 다만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AI 등이 바꿔놓을 업무 환경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오피스 수요 증가에 한계가 분명한데 시장은 왜 이렇게 좋은가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보면 대체투자처의 부재 및 건설원가 급등에 따른 신규오피스 가격 상승 등이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이후 재택이 늘면서 오피스 수요는 줄었고, 오피스의 가치도 급격히 떨어졌다. 외국은 오피스에 투자했던 자금이 다른 데로 갈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오피스 외에 투자할 수 있는 안정적 투자처가 없다.
그나마 물류센터가 있었는데 공급 과잉으로 자산 가치가 떨어졌고, 호텔은 변동성이 너무 심하다. 투자할 데가 없으니 그나마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오피스로 안에서 자금이 돌면서 오피스 거래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지금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게 원가 상승, 인플레이션이다. 건설원가가 계속 올라가면서 신규로 공급되는 물건들의 가격이 기존 자산들보다 훨씬 높아진다.
신규 자산을 사는 게 나은지 아니면 그냥 기존 자산을 사는 게 더 나은지, '리플레이스먼트 코스트' 즉 이전비용에 대한 부분을 따지면 기존 자산의 수익률 등 퍼포먼스가 훨씬 좋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지금 좋은 자산, 프라임급 에셋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부동산 시장의 버블붕괴는 유명한 사례다. 이를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대입해 미래를 예견하기도 하는데 양국의 부동산 시장의 특징과 이 같은 예측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가.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원인과 배경을 따져보면 분명히 다르다. 일본은 기업들이 부동산에 투자를 너무 많이 해서 발생한 버블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이 아닌 가계 부채가 문제였고, 주택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은 수출 호황에 더해 낮은 금리를 등에 없고 앞 다퉈 부동산투자에 나섰다. 해외 부동산에도 손을 댔는데, '플라자합의'(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들이 모인 가운데 1985년 9월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이뤄진 환율에 관한 합의) 이후에 금리가 급격히 오르다보니 부동산 가치가 낮아지고 그로 인해 부실채권이 쌓이게 됐다. 기업들은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되고 또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채권을 회수해야 하는데, 부실채권(NPL) 유통이 막히면서 유동화 이슈가 생기게 됐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지금 현실과 유사하다.
일본은 미국 등 글로벌 기관들을 상대로 상업용부동산 '벌크세일'을 통해 엄청난 할인율을 적용해 몇 개씩 통매각에 나서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리먼브라더스 등이 여럿 사들였다. 이런 부분 역시 IMF외환위기 이후에 우리나라와도 비슷한데, 그렇게 보면 우리는 이미 이런 상황을 한 번 거친 셈이다.
이제 지금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가계부채와 상업용 부동산 부채 문제가 겹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부분이 조금 걱정이다. 일본의 경우 당시 NPL을 털어내기 위해서 리츠를 활용했는데, 요즘 정부에서도 리츠를 통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은 버블붕괴 이후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내놓는다. 2002년 용적률 상향, 세제혜택, 인허가 간소화 등 내용을 담은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시행하는데,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미드타운 롯폰기, 롯폰기 힐스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용적률 상향 등 부동산 대책과도 유사하다. 이처럼 배경과 구조가 조금씩 다르지만, 타이밍을 찍어서 보면 겹치는 부분이 있다.
-과거 일본 부동산 시장 흐름을 통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예측한다면.
▲이제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날 일을 생각해보면 롯폰기 힐즈 같은 큰 트로피 에셋의 복합개발 시대와 '에어리얼 매니지먼트(Areal Management)'다. 과거 일본 부동산회사들이 복합개발 이후 주력했던 부분이 에어리얼 매니지먼트였다. 요새 미국 등에서는 '플레이스 메이킹'이라는 이야기가 유행처럼 나온다. 일본에서는 에어리어 매니지먼트로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수를 예로 들 수 있다. 성수지역 트래픽이 갑자기 늘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트래픽이 늘고 인지도가 높아지니까 에셋 밸류도 올라갔다. 공간의 밸류를 어떻게 높이느냐에 따라서 에셋의 밸류가 같이 올라가는 거다. 그래서 좋은 에셋을 만들기보다는 좋은 공간을 만들어서 트래픽을 올리는 게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상업용 부동산 섹터 중 어떤 부분의 미래가치를 높게 보는가. 투자한다면 어떤 섹터들을 추천하는가?
▲안정적으로 향후에 시장이나 수요가 클 수 있는 게 뭐냐 생각해보면 데이터 시장도 커질 거고 바이오 시장이나 헬스케어 시장도 분명히 커질 것이다. 시니어 시장도 커진다. 하지만 부동산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접근을 잘해야 되지 않나 생각도 든다.
기존의 오피스나 물류센터 등은 다 로케이션 베이스에 임대 베이스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도 그렇고 바이오나 헬스케어 등은 모두 오퍼레이션이 중요한 섹터다. 다시 말해 입지가 좋다고 무조건 되는 게 아니다. 하드 에셋이 있다고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에서 밸류를 얻기 굉장히 어렵다.
데이터센터 같은 경우 누가 운영하느냐 아니면 이제 누가 CSP(cloud service provider) 사업자로서 들어가느냐 등 기술에 따라 변동성이 굉장히 커진다. 라이프 사이언스나 바이오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시니어도 누가 운영하는 지에 따라 다르다.
유망 섹터의 경우 전통적 투자방식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에게는 허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그걸 어떻게 풀어야 될 지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는 PE(사모펀드) 혹은 플랫폼 기업과 같이 투자하는 방식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등에 막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그나마 허들이 좀 낮은 쪽은 라이프 사이언스나 헬스케어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오피스와 조금 더 가까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구조의 변화를 빨리 겪은 일본은 시니어주택 등 고령화 사회에 맞는 형태의 부동산 자산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 한국도 어떤 형태로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것이 좋은지 조언해달라
▲시니어가 핫한 것은 맞다. 일본도 2007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시니어산업이 뜬다는 기대감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최근에서야 뜨고 있는데, 당시 65세 인구 대부분 이제 75세가 넘으면서다. 초반에는 사회보장 제도나 정부 지원이 주도했지만 치매 환자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민간이 개입했고, 치매환자들을 위한 널싱홈에 간병 등 비즈니스가 결합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도심 아파트 등 주거단지를 개발할 때 시니어 하우스를 따로 만들지 않는다. 집을 만들고 단지 안에 시니어 관련 데이케어센터 등 서비스를 넣는 형태다. 따로 떨어뜨려 놓지 않고 단지 내에서 세대가 공생하도록 한다.
◆최자령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장은…
1975년생으로 2002년부터 2021년까지 글로벌 컨설팅펌인 노라종합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유통, 자동차, 부동산 등 다양한 업종을 분석을 담당했다. 2021년에는 이지스자산운용로 이직해 투자전략실을 진두지휘하며, 국내 및 해외 시장 흐름과 변화 등을 짚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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