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롯데 유통군(롯데쇼핑)이 싱가포르 유통시장에 진출한다. 싱가포르 최대 유통업체 '페어프라이스(NTUC FairPrice)'와 손잡고 PB(자체브랜드)상품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롯데쇼핑이 싱가포르 시장 공략에 있어 직진출을 포기하고 간접진출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롯데쇼핑이 한국·베트남 시장을 주요 거점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 외 지역에서는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식으로 '투트랙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이달 28일 싱가포르 유통업체 페어프라이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롯데마트·슈퍼의 PB상품을 수출하기로 했다. 페어프라이스는 연 4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는 싱가포르 최대 유통업체로, 161개 슈퍼마켓과 184개 편의점, 대형 슈퍼마켓 등 다수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슈퍼의 PB상품인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페어프라이스 매장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롯데마트 PB 매장으로 선보이고, 페어프라이스 매장에서도 PB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숍인숍 매장에서는 K푸드 열풍을 고려해 즉석조리 특화 매장인 '요리하다 키친'도 함께 운영하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 전역에 PB상품 인지도를 제고하겠다는 의도다.
롯데쇼핑이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싱가포르의 높은 소득 수준과 유통·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실제 싱가포르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은 약 9만달러로 아시아 국가 중 1위다. 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1인당 식품 소비액은 2018년 이후 연평균 1.0%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식품시장의 경우 2022년 114억달러(약 12조원)에서 매년 4.8%씩 증가해 2026년 137억달러(약 14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롯데쇼핑이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을 '간접진출'로 변경했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은 앞서 싱가포르 현지 식품기업 허니비와 'FMH'라는 합작사를 설립하고 오프라인 할인점을 오픈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9년 말 계획을 철회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있는 베트남, 롯데마트가 진출해있는 인도네시아와 함께 싱가포르에서도 직진출 방식을 고려했던 셈이다.
롯데쇼핑이 진출 방식을 변경한 이유는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쇼핑은 한국과 베트남을 주요 거점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636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60억원) 대비 4424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9599억원에 달하는 탓이다. 특히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유·무형자산 취득에 3041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8% 증가한 수치다.
실제 롯데쇼핑은 롯데몰 및 백화점 리뉴얼, 롯데마트의 그랑그로서리 론칭, 베트남 현지 제2의 웨스트레이크 개점 등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상현 롯데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은 이달 타운홀미팅에서 "8개 핵심 점포를 선정해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목적지로 만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시에 롯데쇼핑은 이번 싱가포르 시장 진출 건과 같은 해외 판로 확대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대형마트 체인과 손잡고 PB상품을 수출하는 식의 간접진출을 통해 리스크를 최대한 낮추는 전략이다. 특히 이러한 방식은 베트남·인도네시아의 직진출 사례와 달리 초기 투자자금이 필요 없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싱가포르 유통시장 상황을 살펴봤을 때 현지 유통사와 손잡고 PB상품을 수출하는 방식이 가장 알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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