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핸즈코퍼레이션의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가 더딘 이익창출력 회복과 과도한 차입 부담 등을 근거로 핸즈코퍼레이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재무건전성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이자비용 지출에 따른 차입금 상환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한신평·나신평 등급전망 낮춰…글로벌 휠 시장 경쟁 심화
3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최근 핸즈코퍼레이션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용등급을 'B(안정적)에서 'B(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아웃룩)을 하향했다. 핸즈코퍼레이션의 비용 구조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대규모 영업적자가 지속 중이라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역시 핸즈코퍼레이션의 BW 등급을 종전 'BB-(안정적)'에서 'BB-(부정적)'으로 낮췄다. 글로벌 휠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됐고, 핸즈코퍼레이션 모로코 공장 이슈로 수익성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핸즈코퍼레이션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성을 기록 중이다. 올해 상반기도 영업적자 290억원과 순손실 504억원을 기록했다. 벌어드리는 돈보다 비용으로 지출되는 돈이 더 많은 상태가 장기화됐고, 올 1분기 말 266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올 2분기 말 결손금 68억원으로 전환했다.
핸즈코퍼레이션은 2016년부터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기아의 판매 실적이 역행하면서 실적 저하를 겪는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21년 인천 본사 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 중단, 원자재값 인상 등 여러 대외 리스크까지 겹치며 적자경영에 빠졌다.
여기에 더해 중국 휠 생산업체들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로 글로벌 휠 산업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진을 남기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핸즈코퍼레이션은 팬데믹 이전만 해도 현대차·기아와 르노닛산그룹, 제너럴모터스(GM)그룹 3사 고객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6% 수준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는 약 90% 수준으로 치솟았다. 폭스바겐그룹과 포드, 스코다 등 나머지 고객사 비중이 줄어든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가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건설비 대부분 차입, 품질 비용 탓 수익 저조…상환 능력 약화
핸즈코퍼레이션은 악화된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모로코 법인이 지목된다. 앞서 핸즈코퍼레이션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모로코에 연산 최대 800만개 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기공식을 가진 모로코 공장은 2020년부터 본격적인 양상에 돌입했다.
모로코 공장을 짓기 위한 자금의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했다. 예컨대 핸즈코퍼레이션은 2018년과 2019년 2년간 공장 설비 투자로 약 2200억원을 투입했고, 그 결과 순차입금은 2017년 말 1300억원에서 2020년 말 3209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모로코 공장은 근로자들의 숙련도 미숙과 팬데믹 영향 등으로 현재 생산능력이 320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현지 공장의 낮은 수율에서 비롯된 품질비용 이슈는 수익성을 깎아 먹었다. 모로코 법인이 세워진 2017년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적자와 순손실은 각각 1024억원, 838억원으로 집계됐다.
핸즈코퍼레이션이 단행한 대규모 시설 투자에 상승하는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서 재무구조 개선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차입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유동성 위험도가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의 현재 부채비율은 298.7%로 작년 말보다 51.6%포인트(p) 상승했다. 이 가운데 차입금의존도와 단기차입금의존도는 각각 53.8%와 51.2%로 나타났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 이상이면 재무구조가 부실한 것으로 본다.
전체 차입금에서 단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83.6%인데, 그만큼 차환 부담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차입금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차입금/EBTIDA 지표는 음수다. EBITDA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만큼 사실상 상환능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모로코 법인이 장기 차입금 2250만유로(약 340억원) 관련 재무약정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해당 약정은 연결 기준 2020년 이후 부채비율 300% 이하 유지와 순차입금/EBITDA 비율 5배 이하 미달 시 즉시 차입을 종료하고 미상환 원금과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 자금 조달 불리…차입의존도 45% 미만 등 조건 충족 어려워
핸즈코퍼레이션의 재무 융통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자금 이슈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 가능한 현금 규모와 금리에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을 끌어올릴 만한 여건도 조성되지 않고 있다. 나신평은 핸즈코퍼레이션 신용등급이 '안정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판가조정 및 수율 개선 등으로 이익이 증가하고 ▲EBITDA/(금융비용+CAPEX) 1배를 상회하는 가운데 ▲순차입금의존도가 45%를 하회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핸즈코퍼레이션의 설비투자가 마무리됐음에도 경상투자와 높은 수준의 차입으로 인해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부담 감축은 어려울 것"이라며 "전방수요 변화폭과 모로코 공장의 수율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과거 수준의 가동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핸즈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모로코 공장 차입금의 경우 기존의 스케줄에 따라 상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내년 2월부터는 상환 부담이 소거될 예정"이라며 "현지 은행들과 신규 담보 대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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