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92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해야 할 전망이다. 이는 한도 매수금액 8000억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보유현금이 1조원 이상에 달할 뿐더러 주식매수청구권이 한도 매수금액을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중이라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 E&S와의 합병계약 안건을 통과 시켰다. 합병안은 85.76%(5192만808주)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 반대는 824만4399주(13.6%), 기권은 37만9981주(0.6%)를 기록했다.
관심은 반대표를 던진 13.6%(824만4399주)의 주주가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자금을 어떻게 모을 것인지에 쏠린다. 매수예정가액은 주당 11만1943원이며, 합병 반대표에 주당 매수 예정가를 곱하면 9229억원으로 계산된다. 회사가 당초 설정한 준비금 8000억원 대비 1200억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은 준비금을 초과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유 현금이 넉넉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상반기 말 기준 별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2591억원이며 SK E&S는 3728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 합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6319억원에 이른다.
이에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역시 이날 주총에서 '회사가 설정한 한도 매수금액 8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자금 조달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금을 합치면 1조4000억원 이상 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감당 못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8000억원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합병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 중장기 안정적 주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유 주식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실제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SK이노베이션은 6817억원을 매수해야 하지만 반대의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2412억원으로 대폭 감소한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과거에 합병 사례 등을 참고해 충분한 수준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액을) 설정했다고 판단한다"며 "합병 취지에 공감한 주주가 많아 예상한 범위 내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으로 안정적인 재무 및 손익 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LNG, 전력과 같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회사 수익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큰 폭으로 상승된 합병회사의 수익력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의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최대 규모의 민간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과 배터리사업에 더해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결합돼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으로 2030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조2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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