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기업공개(IPO)를 앞둔 '제닉스'가 안정적인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오버행 이슈로 인해 상장 후 주가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구주매출한 지분이 상장 후 대거 출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팩토리 물류로봇 솔루션 전문기업 제닉스는 지난 19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총공모주식 수는 66만주, 희망 공모가액은 2만8000~3만4000원을 제시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밴드 상단 기준 약 1486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제닉스는 물류 자동화영역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최근 국내 제조현장의 패러다임이 AGV, AMR 등 자동화영역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빠르게 시장 우위를 차지하며 가파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2020년 301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13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가량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상장 후 주가 전망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올해 1분기에 최대주주 및 제닉스가 보유 지분을 FI에 일부 양도한 탓이다. 특히 구주를 인수한 상대방이 내부수익률(IRR)을 고려하는 FI인 만큼, 보호예수기간이 지나면 보유지분을 매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AIM인베스트먼트는 KB증권, 키움캐피탈과 함께 '에이케이케이 로보테크 밸류업 신기술투자조합'이라는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제닉스의 프리IPO에 참여했다. 이들이 투자를 통해 인수한 제닉스의 지분은 약 90만주로다. 제닉스로부터 45만주, 배성관 대표이사로부터 40만주, 박준호 상무로부터 5만주를 받았다.
이 거래로 AIM인베스트먼트 등의 벤처캐피탈(VC)이 조성한 에이케이케이 로보테크 밸류업 신기술투자조합은 제닉스의 2대 주주로 뛰어올랐다. 이들이 보유한 약 90만주는 전체 지분의 22%에 해당해, 최대주주인 배 대표(40%)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문제는 이들이 매입한 지분의 단가가 1만9600원으로, 희망 공모가 밴드(2만8000~3만4000)보다 적게는 29%에서 많게는 42% 저렴하다는 점이다. 상장 예정일은 9월로, 이들 조합의 투자자들은 제닉스의 코스닥 시장 데뷔 6개월 전에 주식을 저렴하게 매수한 셈이다.
통상 VC들은 목표수익률(IRR 40%)을 달성하고 자금을 순환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투자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제닉스의 경우 장기 투자 유인이 없는 셈이다. FI가 보유한 물량에 대해 약 6개월의 보호예수가 설정돼 있는 만큼 제닉스에 투입된 투자금 역시 내년 3월 일괄 회수될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IPO 공모주 장기투자를 염두에 둔 투자자의 경우 제닉스 투자를 기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직후 거래 가능한 지분 비율은 약 30%로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6개월 뒤 매각제한이 풀리는 20%가량의 지분이 모두 시장에 매각될 가능성이 큰 상황 탓이다. 결과적으로 제닉스의 주가 상승이 상당부분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일각에서는 배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부각된다. FI와 거래를 통해 제닉스는 89억원을 확보, 자본총계를 늘리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건전성을 개선했다. 반면 배 대표는 지분 매각으로 75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만큼 IPO 투자자에게 오버행 부담을 지운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IPO시 구주매출로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 공모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배 대표와 박 상무는 책임투자를 위해 내놓은 지분 모두를 처분하지 않고 FI가 참여한 조합에 각각 7.8%, 4.9%를 출자하는 형태로 지분을 남겼다. 다만 전체 지분을 고려했을 때 약 2% 내외에 불과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한국거래소는 이들의 편법 매도를 우려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확약을 받은 상태다.
제닉스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의 출자를 통해 조합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성장을 통한 주가 부양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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