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이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2018년 증권사에 이어 2019년 선박회사를 인수한 상상인은 IT·금융·조선 3대 사업축으로 한 종합그룹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사법리스크를 비롯한 다양한 변수가 걸림돌이 됐다. 전면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은 이제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선 대신 바이오로 방향타를 돌리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금융은 여전히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을 노리는 상상인의 최근 행보와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상상인이 가동한 포트폴리오 재편의 첫걸음은 예상과 달리 조선이었다. 당초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분매각 명령을 받은 저축은행(상상인·상상인플러스)의 정리가 우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고금리로 인한 업황 부진에 두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매수인 찾기가 난관에 빠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상상인은 지난 3월 자회사 상상인인더스트리의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당초 유준원 상상인 대표의 지인으로 알려진 김태경 씨가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정정 공시를 통해 스피어파워조합을 비롯한 5개 투자조합에 지분을 분할 양수한다고 밝혔다.
상상인이 들고 있던 상상인인더스트리 지분은 총 52.28%다. 최대주주은 상상인선박기계로 34.27%를 보유했으며 모회사인 상상인과 유 대표가 각각 15.26%, 2.76%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전체 양수도대금은 244억원이다. 이와 별개로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스피어파워가 17.79% 지분을 획득하며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04년 설립된 상상인인더스트리는 해상 크레인 전문 제조회사인 디엠씨가 전신이다. 2009년 코스닥에 상장됐으며 연매출 1000억원대를 달성했던 중견업체였지만 업황 불황과 경영진 배임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2018년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당시 구원투수로 나선 곳이 상상인이다. 상상인은 디엠씨의 인수 우선협정대상자로 선정된 후 그해 11월 M&A(인수합병)을 위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상상인이 투입한 인수대금은 286억원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매입에 각각 절반을 사용했다.
상상인은 상상인인더스트리의 정상화를 통해 조선분야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상상인인더스트리의 최대주주는 상상인선박기계로 2013년 상상인이 인수한 조선 자동화 설비공급 업체다. 상상인 계열사로 편입된 후 눈에 띄는 성장 행보를 보여왔다. 그런 만큼 해상 크레인의 자동화 생산 등 상상인인더스트리와의 시너지를 통한 사업영억 확장을 기대했다.
문제는 상상인인더스트리의 경영정상화가 사실상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상인 인수 후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2021년, 2022년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경영난이 지속됐다. 이로인해 2022년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70%에 육박했다.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무상감자에 계열사 지급보증까지 이뤄졌지만 완전한 정상화는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분야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져 유동성 지원이 쉽지 않아지자 결국 사업 재편을 통한 정리를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경영난으로 추가 자금 투입 부담이 지속되는 만큼 빠른 정리 후 신사업 진출에 집중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다만 여지는 남겨놨다. 이번 지분 양수 계약에 향후 3년 안에 지분을 다시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상상인 관계자는 "일종의 콜옵션 형식으로 계약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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