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금호타이어가 유럽 신공장 건설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번 신규 투자로 금호타이어 재무건전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경영 여건도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부 차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 재무구조상 신규 투자를 받쳐줄 여력이 부족한 탓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유럽연합(EU) 내외 수개 국가를 추려 유럽 생산공장 건설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금호타이어 생산거점은 국내를 비롯해 미국·베트남·중국에 조성돼 있다.

금호타이어가 유럽 공장 신설 검토에 나선 이유는 향후 전망이 밝아서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아우디·벤츠·BMW 등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신차용 타이어(OE)를 납품하고 있다. 고단가 프리미엄 타이어의 경우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으로 분류된다.

유럽 매출 비중도 수년새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금호타이어 전체 매출에서 유럽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집계됐다. 이는 유럽 매출 비중이 10%대에 그쳤던 2019년(14%)과 비교해 5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신규 투자를 뒷받침하기에 금호타이어 재무체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금호타이어 차입금 규모(리스부채 제외)는 2조934억원으로 자기자본(1조6335억원)을 훨씬 상회했다.

재무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차입의존도 지표에도 수년째 빨간불이 켜져 있다. 올 6월 말 기준 금호타이어 차입금 의존도는 42%를 기록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며 통상 30% 이하일 때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금호타이어가 자력으로 공장 신설에 소요될 재원을 충당할 수 없는 만큼 추가 외부 차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타이어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유럽공장 신설에 최소 1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 고삐를 조여왔던 금호타이어 입장에서 유럽 공장 신설 투자는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는 그동안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부채비율 관리에 주력해왔다. 올해는 중국 타이어 기업 더블스타 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아 새출발한 지 6년 만에 부채비율 100%대 진입도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기업 성장이 전제되는 경영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각 단계별로 투자를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최근 삼림 벌채로 생산된 제품의 EU 내 판매·수출입을 금지하는 'EUDR' 규제는 물론 각종 관세·비관세 규제와 선임 급증 등 물류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도 유럽공장 신설 검토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후보 부지 선정과 타당성 검토 단계를 거쳐 회사 영업 현금흐름, 차입금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무 위험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자금조달 및 투자 일정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