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통신장비업체 서진시스템이 일찌감치 본업 대신 수익 구조를 다변화 한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 2015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진출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잡은 까닭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올해 서진시스템이 1조3258억원의 매출과 16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 중이다. 컨센서스가 부합하면 매출은 전년 대비 70.3% 늘고, 영업이익은 231.1%나 급증한다.
박장욱 대신증권 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서진시스템은 올해 ESS부문 매출 목표를 7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를 포함한 전체 매출은 1조3000억~1조4000억원대로 내다봤다. 아울러 바르질라와 허니웰로 추정되는 곳에 시제품을 제공, 양산 협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 최소화 정책 등으로 ESS 시장 전망도 장밋빛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세계 ESS 수요가 2017년 19.5GWh에서 2025년 121GWh로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시스템이 올 상반기 체결한 ESS장비 공급계약은 4건으로, 합산 규모는 1997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기업은 거래액이 전년도 매출의 10% 이상일 때만 공시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진시스템의 ESS장비 수주는 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고객사인 삼성SDI가 최근 미국 최대 전력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에서 1조원대 ESS 프로젝트를 수주, 하반기 관련 추가 매출도 기대된다.
서진시스템은 올 1분기부터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나타냈다. 1분기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72.3% 늘어난 3257억원, 영업이익은 116.8% 증가한 433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흐름도 비슷할 전망이다.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3064억원, 영업이익 32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호실적을 이끈 사업부문은 본업인 통산장비가 아닌 ESS장비다. 배터리 가격 하락과 ESS 기술 발전 등에 따라 ESS 신규 설치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ESS사업부문 매출은 ▲2021년 1305억원 ▲2022년 1898억원 ▲2023년 2744억원 등을 기록했다.
특히 올 1분기 ESS사업부문 매출은 2002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의 70% 이상을 1개 분기 만에 달성한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고객사인 플루언스에너지와 포윈 외에 올해 신규로 바르질라, 허니웰 등이 추가되며 매출처가 다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진시스템은 2015년 통신·반도체장비 제조사인 텍슨을 인수, 반도체와 ESS 등 사업 다각화에 시동을 걸었다. ESS부문 매출은 2016년 78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에 불과했지만 7년 후인 지난해 매출은 35배, 비중은 30.5%포인트 증가하며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서진시스템이 과거 통신장비업체에 한정된 인식을 개선한 전환점이 됐다. 반도체장비부문 매출 성장도 기대된다. 지난해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 순위에서 2위인 반도체장비(17.9%)는 기존 고객사인 램리서치 외 신규 고객사와의 모델 개발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탈중국이 속도를 내는 상황은 서진시스템에 고객사 확대를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 비중 4위 전기차·배터리부품부문은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테슬라를 포함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가프레스 양산 경험을 갖췄다.
서진시스템은 발 빠른 사업다각화로 ESS 등 신사업에선 큰 성과를 거뒀지만 통신장비부문에선 고전 중이다. 2016년 통신장비 매출은 1851억원으로, 전체 비중의 95.3%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1385억원으로 7년 새 33.6% 줄었고, 매출 비중은 17.8%로 77.5%포인트 급감했다.
이는 5G 이동통신 상용화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통신망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매출 부진 영향도 컸다. 삼성전자의 통신장비사업 담당 네트워크사업부는 최근 실적 부진에 국내 인력 4000명 중 수백명을 타사업부로 전환 배치하기도 했다.
한편 통신장비부문의 실적 개선 방향을 묻기 위해 서진시스템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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