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진철 부국장] 지난달 29~30일 이틀간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일명 '줍줍' 청약에 294만명이 몰렸다. 당초 청약일정은 지난달 29일 하루만 신청기한이었는데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려 청약홈 사이트 접속이 마비되면서 접수기간을 하루 더 연장한 것이다.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은 2017년 분양 당시 가격인 4억8200만원에 나와 시세(15억원)보다 10억원가량 저렴한 데다, 청약 통장 유무에 상관없이 전국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이렇다보니 부부가 서로 청약을 독려하고 심지어 자녀까지 온가족을 동원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294만대 1의 경쟁률을 뚫은 행운의 당첨자 1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청약에 시간만 허비하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는 반응이다.

청약자 294만명은 사전 준비나 계획이 아닌 무작정 '로또 청약'에 당첨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에 참여했다. 이런 청약 광풍의 부작용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지난달 29일 250만명이 넘는 인파가 동시에 몰리면서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사이트는 마비 사태가 발생했고, 다른 단지에 청약을 넣으려는 진짜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청약홈 접속이 안돼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같은 날 청약접수를 진행한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을 합쳐 총 292가구 모집에 13만4047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단지 역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전용 84㎡ 기준 분양가(23억3000만원)가 인근 시세(40억원대) 대비 최대 20억원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청약자들이 대거 몰렸다.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과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 특별공급·1순위 청약 모두 광풍급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결은 크게 다르다. '동탄역 롯데캐슬'의 청약은 통장가점이나 연령, 거주지 제한 등이 없는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고, 실거주 의무와 전매제한도 적용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당첨되면 최대 1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묻지마 로또 청약'이었다.

이에 비해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는 신혼부부 특공에는 1만1999건, 생애최초 특공에는 2만1204건 등이 몰렸다. 시세 차익만 20억원 이상이 예상돼 수요가 몰렸지만 나름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가점제를 차곡차곡 쌓은 최소 4인 기준 만점(69점)의 무주택 청약자도 포함돼 있었다. 내집마련을 계획하고 준비한 이들은 때아닌 '동탄역 롯데캐슬' 청약에 수백만명이 쏠리면서 청약홈 사이트에 접속을 못해 자칫 청약신청을 하지 못할까봐 마음을 크게 졸였을 수밖에 없었다.

청약홈 사이트 마비사태는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두 단지가 굳이 같은 날 청약접수를 받아야만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나아가 수백만명의 청약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지금의 무순위 청약이 공정한 공급 방식인지 의문이 든다. 청약시장이 여전히 수요자 보다는 공급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무주택자가 가점제로 당첨되려면 청약 가점이 거의 만점에 가까워야 하고 추첨제도 사실상 '로또급' 경쟁을 치러야 하는데 계약취소 등으로 발생한 1~2가구 모집을 자격제한없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공급해야만 할까. 

수백만명의 청약자가 몰리는 지금의 무순위 로또 청약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닌 정말로 내집이 필요한 실거주자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것이 옳다. 내집마련을 준비하는 무주택자들에게 들러리 희망 고문을 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