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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더딘 지분 승계…시점은?
차화영 기자
2024.08.05 07:10:18
'오너 3세' 신중하·중현 씨, 보유 지분 '無'…지주사 전환 이후 속도 낼 듯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08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사옥. (제공=교보생명)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교보생명은 다른 오너 보험사와 비교해 승계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신창재 회장의 승계 철학이다. 신 회장은 두 아들의 경영 능력을 확인한 뒤에야 승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유는 사모펀드와 갈등 해소의 시급성이다. 신 회장은 2018년 이후 사모펀드 주주와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지배력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인 탓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두 아들에게 지분을 승계하지 않은 상황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두 아들은 교보생명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지 않은 것이다.


교보생명이 최근 공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교보생명 주식을 보유한 특수관계인은 신 회장의 누나 신영애 씨와 신경애 씨다. 이달 24일 기준으로 신영애 씨는 교보생명 주식 119만9960주(1.17%), 신경애 씨는 145만10주(1.4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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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그룹)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등 16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로 지분 33.78%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의 승계 철학이 워낙 확고해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분 승계 시점과 방식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장 두 아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씨는 교보생명에서 그룹데이터TF장으로 일하고 있다. 1980년에 태어나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근무했다.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한 뒤 교보정보통신, 교보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남 신중현 씨는 1983년생으로 형과 두 살 터울이다. 현재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디지털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밟았다. 일본 SBI금융그룹 계열사 인터넷 전문은행 'SBI스미신넷뱅크'와 'SBI손해보험'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두 아들로 지분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시점은 언제일까.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이후로 봐야한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주사 전환에 여러 과제가 걸려 있어서다. 무엇보다 지주사 전환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는 사모펀드 주주와 갈등을 풀 실마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EQT파트너스 등)은 교보생명 지분 24.0%를 매입하면서 신 회장과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풋옵션 내용은 2015년까지 기업공개를 못 하면 교보생명 지분을 다시 사준다는 것이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고 그 뒤로 신 회장과 풋옵션 가격을 두고 법적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서 2차 중재가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는 신 회장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을 때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원하는 가격에 풋옵션을 이행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최소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면 신 회장은 지분 일부를 팔 수밖에 없고,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1차 중재에서는 신 회장에게 풋옵션 이행 의무는 있지만 사모펀드가 원하는 풋옵션 가격은 인정받지 못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22년 2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2차 중재를 신청했는데 올해 9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 주주와 관계 개선을 적극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주사 전환이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어피너티컨소시엄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 승계 방식은 신 회장 사례에 비춰볼 때 지분을 물려받고 세금을 내는 '정공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신 회장 등 오너일가는 2003년 창립자 신용호 회장이 별세한 뒤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인 183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이 경우에도 지주사 전환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신 회장의 지배력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상속세를 부담하는 과정에서 교보생명 지분율이 10% 넘게 떨어졌는데 두 아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교보생명은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분할해 지주사를 신설하고 이후 지주사가 발행한 신주와 교보생명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교보생명을 지주사의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교보생명 주식 가치가 어떻게 산정되느냐에 따라 신 회장의 지분율도 높아질 수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주들을 설득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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