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알에프에이치아이씨(RFHIC)의 손자회사이자 방산업체인 RF시스템즈가 스팩 합병을 통한 코스닥 입성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상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판단에서다.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는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무대로 진출하기에도 상장사 지위가 유리하다는 계산도 깔렸다. 하지만 현재 해외 고객사는 한 곳에 불과해 이번 상장의 효과가 즉각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RF시스템즈는 교보12호스팩과 흡수합병을 통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합병비율은 1대 0.3070310이며, 합병가액은 6514원이다. RF시스템즈가 이번 합병으로 확보할 스팩 자금은 136억원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스팩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시설투자에 98억원, 운영경비로 38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합병등기 완료 예정일은 오는 10월2일이다.

RF시스템즈는 2020년 RFHIC의 자회사인 RF머트리얼즈에 인수됐다. 이후 3년(2021~2023년)간 실적 정체기를 겪었다. 구체적으로 ▲2021년 매출 262억원·영업이익 14억원 ▲2022년 310억원·영업이익 8억원 ▲2023년 매출 328억원·영업이익 18억원 등을 기록했다. 이는 RF시스템즈의 주요 매출 최종 수요처가 국방부라는 점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를 상대로 한 거래다보니 마진율은 10% 안팎에 불과한 까닭이다.

결국 실적 개선을 위해선 해외 수출 확대가 답이라는 판단 하에 이번 스팩 합병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산 업황도 우호적이다. 글로벌 방산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이어지면서 급격한 성장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이 지출한 국방비는 2조2000억달러(약 293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상장사라는 이점이 크다는 점도 한몫했다. 방산 거래 특성상 높은 신뢰도와 재무 안정성을 요구받는다. 상장사는 비상장사와 비교해 엄격한 규제·공시 요건을 준수해야 하고, 금융 상태도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유상증자 등 자금 조달 능력도 수월해 매출 규모가 큰 장기계약을 맺을 때도 유리하다. 해외 시장에서 입지 강화 뿐만 아니라 고객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상장사 지위 획득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말 기준 RF시스템즈의 해외 고객사는 이스라엘 소재의 한 방위업체 한 곳에 불과하며, 안테나를 주문생산방식으로 제작해 납품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2021년 17억원 ▲2022년 9억원 ▲2023년 14억원 등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3~7%에 불과한 상태다. 이에 파이 확장을 위해 현재 유럽과 인도, 일본에서 신규 거래선 확보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RF시스템 관계자는 "비상장사보다 상장사가 해외 방산 수주에서 이점이 훨씬 많다"며 "해외 영업망을 따로 구축한 상태고, 상장사라는 지위 자체는 재무제표 등을 투명히 공개하는 등 고객사 확보를 위한 영업 환경을 갖추는 데 도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회사에 현금이 충분한 만큼 직상장이 아닌 스팩 합병 상장에 나선 것"이라며 "최근 방산 시장의 분위기가 좋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