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롯데쇼핑이 중국 청두 반성강 프로젝트 복합개발사업을 주관하는 해외법인 청두HK에 약 4300억원의 투입했다. 청두HK가 가지고 있는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향후 매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롯데쇼핑은 청두HK 매각을 위해 2022년부터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만약 청두HK가 매각될 시 롯데쇼핑은 '트렌스포메이션 2.0(외형확장전략)'에도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된다.

롯데쇼핑은 청두HK의 주식 3억1320만여주를 약 4354억원에 취득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롯데쇼핑의 청두HK(LOTTE PROPERTIES (CHENGDU) HK LIMITED) 지분율은 73.46%에서 77.6% 로 높아진다.

롯데쇼핑은 1990년대 중국에 진출해 백화점과 마트를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다. 2009년에는 중국의 청두 반성강 지역에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개발 사업을 위해  청두HK를 설립했다. 청두HK는 롯데그룹 다른 복합개발 사업처럼 여러 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투자금을 조성했다. 롯데쇼핑 73.5%에 이어 호텔롯데가 2대 주주로 1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롯데역사 5.3%, 롯데자산개발 5.0% 투자로 1억9700만달러(2643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청두HK는 2012년 청두시와 약 2만3000여평 가량의 부지를 매입하고 주거시설(아파트)를 건설했다. 2016년 아파트 분양을 완료한 후 쇼핑몰과 호텔, 오피스로 이루어진 상업시설 착공에도 돌입했다.

그러나 2016년 사드 보복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2019년부터 중국시장에서 본격적인 철수를 추진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상업시설 개발은 사실상 중단됐다. 롯데쇼핑은 2022년부터 청두HK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개발사업 주체인 청두HK 및 청두 현지법인 2곳도 매각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청두사업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인 탓에 매각에 제동이 걸렸다. 2021년 헝다그룹을 비롯해 중국 대형 부동산업체들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현지 부동산시장이 털어붙은 탓이다.

2년 동안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청두HK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잠식 상태도 더욱 심화됐다. 청두HK의 지난해 순손실은 859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순손실 94억원을 기록했다. 3월 말 기준 청두HK 자본금은 마이너스(-)2972억원으로 지난해 말 마이너스(-) 1810억원에서 더욱 악화됐다.

청두HK의 재무구조 악화는 모기업인 롯데쇼핑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롯데쇼핑 해외사업 영업이익은 194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 감소했다. 이는 청두점의 구조조정 충당금 50억원도 반영된 금액이다. 현재 청두HK의 누적차입금 역시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이번 유상증자로 청두HK의 차입금을 상환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 매각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은 청두HK와 청두법인 매각을 통해 롯데쇼핑이 청두HK에 제공한 지급보증도 해소될 예정으로 전망된다. 앞서 롯데쇼핑은 청두HK가 국내 은행에서 단기차입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서줬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이번 매각을 통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외형확장 및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트랜스포메이션 2.0' 전략에 시동을 건 만큼 외형확장을 통한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성과를 내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내달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는 '타임빌라스 수원'에 이어 오는 2026년 대구 수성구 대흥동에 프리미엄 복합쇼핑몰인 '타인빌라스 수성' 건립 계획도 발표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국사업을 전면 철수한 가운데 남아있는 청두HK의 매각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청두HK의 차입금 전액을 상환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비용 축소를 통해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손익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