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강순배 KB국민은행 CIB그룹 부행장은 올해로 42년차의 정통 KB맨이다. 오는 8월이면 국민은행에서 500번째 월급을 받게 된다는 강 부행장은 1983년 입행 이후 기업금융 분야에서 대부분 커리어를 쌓은 전문가다. CIB그룹을 현재의 반열에 올려 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게 국민은행 안팎의 평가다.
강 부행장은 최근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시장의 경쟁력은 이미 초격차로 벌어졌고, 글로벌 시장은 향후 2년 정도를 자산 성장의 기회로 삼아 안전자산 위주로 외형을 확대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라며 "국내 시장은 초격차, 글로벌 시장은 퀀텀 점프라는 전략으로 CIB그룹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초격차의 원동력은 '맨파워'
강 부행장은 국민은행 CIB그룹이 금융주선부문에서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금융주선 전체 실적이 약 489억달러에 달하는데 국민은행은 그 중 38%가량을 담당했다"며 "신디케이트론 주선부문 리그테이블에서는 타 금융사와 초격차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부행장은 이 같은 초격차 경쟁력의 원동력으로 '맨파워'를 꼽았다. 국민은행 CIB그룹 직원들이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CIB 인력의 구분을 '전문직'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국내은행 중 거의 유일하게 전문직군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경우 일반 행원과 달리 해당분야에서 장기 근무가 가능해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다.
여기에 프론트 영업 직원과 미들백 오피스 직원의 부서와 업무공간을 분리해 상호 견제와 크로스체크기능 강화를 통해 사고 발생 위험도를 완화했다. 강 부행장은 "시장에서 금융주선과 대리은행 역할을 문제 없이 하려면 전문성을 가진 직원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건 국민은행이 CIB부문 직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장기간 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력 유출을 감안해 정해진 인원 수(TO)보다 10%가량 여유있게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부행장은 "기존의 인력이 빠져나가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신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양성하는 부문에 (타 시중은행과 비교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IB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활동해야 하는 만큼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와 언어 등을 갖춰야 하고 은행IB 업무에 대한 숙달도 필요해 인력 모집부터 양성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부행장은 "글로벌IB 인력의 경우 4년 전부터 예비 인력을 뽑고 있다"며 "은행에서 뽑는 채용 외에 CIB그룹에서 별도로 채용을 진행, 지금까지 50여명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현재 기본적인 은행원의 소양을 갖추고 현지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계로, 추가 채용은 추후 수요를 고려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 효과 '든든'
KB금융의 매트릭스체제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CIB부문을 포함해 일부 해제됐다. 하지만 업무 특성을 고려해 CIB부문의 경우 여전히 계열사 간 협업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KB금융은 과거 윤종규 전 회장이 '원펌 KB'를 추진하며 지주사를 구심점으로 한 매트릭스 체제를 확대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결집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조직개편 당시 영업을 우선하는 조직 구현을 위해 지주와 계열사 각각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그룹운영체계를 균형있게 재편, 각 사업부문을 계열사 중심의 현장경영체제로 전환했다.
디지털, IT, 글로벌, 보험은 독립된 부문으로 강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체계가 정착된 부문은 계열사 자율경영체계로 재편한 것이다. CIB그룹 역시 계열사 간 시너지 체계가 정착됐다고 보고 계열사 자율경영체계로 재편된 부문 중 하나다. 현재 계열사 간 협업을 위한 회의 소집 및 역할 조정 등을 강 부행장이 맡고 있다.
강 부행장은 "CIB는 그룹 계열사 전체가 호흡이 정말 좋다"며 "딜 소싱은 은행과 증권이 주로 맡고 이후 딜에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KB캐피탈은 대출, KB손해보험은 자금운용 측면에서 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는 또 "진정한 '원펌'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계열사 CIB 영업회의를 매주 하는데 계열사마다 사정이 달라 금리나 참여 금액과 같은 디테일한 요소에 대한 요구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을 원만히 협의하고 조정이 이뤄지면서 신뢰가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협업을 통한 수익 창출 효과도 상당하다. 지난해 KB금융그룹 CIB부문 수익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협업을 통해 창출되고 있다. 강 부행장은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CIB가 KB의 자부심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CIB는 비즈니스의 중심"
CIB는 'Corporate&Investment Banking'의 약자로, 일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합친 개념이다. 기업금융과 IB업무를 연계하는 부문으로,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수합병(M&A) 및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이 주 업무이다.
하지만 강 부행장은 CIB에 대해 새롭게 정의한다. 바로 '비즈니스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주채무 대기업을 상대로 영업하는 KB금융그룹 계열사가 많다"며 "대기업에 대한 창구를 CIB그룹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네트워크를 통해 영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해외지점 역시 대기업들의 현지법인에 영업하더라도 본사에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CIB그룹의 네트워크의 힘이 빛을 발하는 일이 많다는 설명이다.
은행으로 한정해도 대기업들의 파생상품 투자는 자본시장 그룹과 대기업 임직원들의 자산관리는 WM부문과 연계하는 등 기업과 은행 간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영업의 길이 CIB그룹을 통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부행장은 "CIB그룹 자체적인 영업뿐만 아니라 은행 내 타 부서나 그룹 계열사와 연계할 수 있는 시너지를 잘 챙겨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CIB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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