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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나선 속내는
김민기 기자
2024.06.14 07:00:20
오너 지배력 강화, 경영권 승계 위한 상표권·배당 등 상속세 마련 차원으로 해석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10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회장. (사진=주성엔지니어링)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주성엔지니어링이 지주사로 전환해 계열사로부터 배당, 임대료, 상표권 사용료 등을 받아 상속세 등 경영승계 자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재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경영승계와 오너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인적 및 물적분할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주성엔지니어링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 후 상표권 사용료와 배당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오너 2세의 상속세 마련 혹은 추가 지분 획득 등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과거 동국제강그룹 역시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지분 승계, 배당 강화로 지배력을 강화한 사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4일 경기 용인 R&D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2일 공시한 회사 분할결정의 배경과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기존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태양광으로 구분된 사업구조를 지주회사와 디스플레이·태양광 자회사,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인적분할로 반도체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 주성엔지니어링(가칭)과 존속회사 주성홀딩스(가칭)로 쪼개진다. 분할 비율은 주성홀딩스 65%, 주성엔지니어링 35%다. 이날 간담회에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회사가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때문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글로벌 장비 기업뿐 아니라 국내 동종업계와 견줘도 주성엔지니어링보다 더 적은 장비군을 갖춘 기업과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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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부문의 부진과 투자 부담이 발목을 잡아 주성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회사 분할을 바탕으로 반도체 사업의 가치를 재평가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 가치 재평가보다는 경영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2대 주주인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지분을 늘리면서 주성엔지니어링 오너 일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황철주 회장 측은 최규옥 전 회장이 '경영권 등을 목적으로 취득했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황 회장은 "10% 수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하고는 물적⋅인적 분할과 같은 회사 경영상 중대 결정을 할 때 어느 정도 상의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직접 이를 담당했는데, 그동안 반대한다는 입장 등을 드러내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반도건설도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초반에는 단순 투자 목적이었으나 향후 경영참여로 목적을 바꾼 바 있다. 당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친분이 알려지면서 반도건설이 한진가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백기사'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적잖았다. 하지만 한진칼 지분율을 13.30%까지 끌어올리면서 실질적인 그룹 지배권을 노리기도 했다.


현재 최 전 회장도 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9.89% 보유하고 있다. 최근 최 전 회장은 지분율은 유지했지만 지분을 이동하면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인이 소유한 7.48%의 지분과 본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법인인 네오브레인 지분 1.79%를 새로운 법인인 네오솔루션즈로 옮겼다. 


네오솔루션즈는 네오브레인과는 달리 최 전 회장의 지분이 52%에 불과하다. 자산총액도 네오브레인은 301억원이지만 네오솔루션즈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 네오솔루션즈의 주주 구성은 알 수 없지만 최 전 회장의 두 자녀 등 특수관계인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과거 최 전 회장의 두자녀인 정민씨와 인국씨가 각각 0.21%씩 지분을 취득했다가 매각한 사례도 있다. 언제든 최 전 회장이 네오솔루션즈를 통해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반면 황철주 회장의 외아들인 황은석 주성엔지니어링 미래전략사업부 총괄 사장의 지분은 2.17%에 불과하다. 황 회장의 지분 24.63%와 황 사장의 지분 2.17%를 합쳐도 30%가 넘지 못한다. 갑작스레 황 회장이 별세할 경우 지분을 상속할 돈이 없다면 하루 아침에 경영권이 최 전 회장에게 넘어갈 수 있다.


이에 지주사 전환을 통해 외아들인 황 사장이 상속세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주성엔지니어링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황 사장이 보유한 2.17%의 주성엔지니어링 주식으로 주성홀딩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사주의 마법' 효과는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주성엔지니어링이 가지고 있는 자사주 2.03%는 분할 후 지주사인 주성홀딩스에 그대로 승계된다. 자사주라 기존에 없었던 의결권까지 부활한다. 그동안 대주주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해왔다. 자사주 지분율이 높으면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금을 출연하지 않고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상대적으로 지분가치가 희석되면서 정부가 '자사주 마법'을 차단했다. 상장사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 지분에 새 주식을 배정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에 주성엔지니어링도 지주사 전환과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력 강화로 지분율 30%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지주사의 주요 수입원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상표권 사용료, 임대료 등을 통해 상속 자금 등을 마련하고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현물출자 유증에 참여하고, 황 회장이 아들 황 사장에게 주식을 증여해 지분율과 보유 주식을 늘려줄 가능성이 높다. 또 내년부터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 오너 일가에 지급되는 배당금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동국제강그룹 역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할 때 경영 투명성 확보, 경영 효율성 증대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월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짜 목적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실제 당시 동국제강 오너 4세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현물출자 유상증자, 증여 등으로 지분율을 확대했다. 예상대로 동국제강그룹 오너 4세는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금까지 배당수익으로 챙겼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보유한 토지와 공장 외에 투자 부동산도 많은 만큼 임대료 수익 등을 통해 현금 마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유형자산은 2912억원에 달한다. 분기 임대료 수익은 21억원 수준이다. 연간으로는 약 80억원에 달한다. 운영비용과 이자비용을 제외하면 분기별로 약 6억5000만원대 수익을 내고 있고 연간으로 따지면 약 26억원 정도 이익을 낸다. 지주자전환 시 주성홀딩스가 보유 부동산 중 가장 금액이 큰 성남 판교에 소재한 오피스빌딩을 소유한다.


상표권 사용료 등으로 지주사에 수익을 몰아줄 수 있다. 통상 매출의 0.1~0.3% 수준인데 내부 거래인 만큼 아무런 제약 없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도 있다. CJ의 경우는 0.4%까지 책정하기도 했다. 최근 대기업들도 그룹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브랜드 사용료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30대 그룹 지주사들의 브랜드사용료 수익은 1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그룹 매출은 5.7% 감소했다.


한편 황 회장은 간담회에서 "지난 31년을 돌아보면 그때마다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지주사 전환과 분할을 준비하는 지금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라며 "창업주가 없어도 회사가 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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