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민간 석탄발전사업자인 삼척블루파워(A+)가 올해도 어김없이 회사채 시장에 문을 두드린다. 삼척화력발전소 차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다만 삼척블루파워가 영위하는 사업이 대표적인 반(反)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인 만큼, 기관투자자가 기피하는 대표적인 채권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삼척블루파워는 4년 연속 미매각되기도 했다.
그나마 삼척블루파워 채권이 고금리인 데다 안정적인 주주구성 탓에 리테일 시장에서 빠르게 물량이 소화된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이에 올해도 이변 없이 '수요예측 미매각 후 리테일 시장에서 완판'이라 흐름으로 채권 발행이 이뤄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오는 17일 3년 단일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대표주관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맡았다. 발행 예정일은 이달 25일이다.
삼척블루파워는 2019년부터 매년 회사채 시장에 1~2회 나오는 정기 이슈어(Issuer)다. 눈길을 끄는 건 총 8번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6번의 미매각을 겪는 등 투심이 낮은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모집액을 웃도는 매수주문을 받은 건 첫 회사채 시장 데뷔 시점인 2019년 9월과 이듬해 9월, 단 두 번뿐이다.
이유는 반 ESG 리스크 때문이다. 삼척블루파워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반 ESG 회사로 분류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탈석탄 기조를 역행하는 사업지인 만큼, ESG 투자를 지향해야 하는 기관들은 매입에 나설 수 없는 채권인 셈이다.
최근에는 일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삼척블루파워의 석탄산업이 ESG 기조와 맞지 않는다며 상업운전 계획을 전면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삼척블루파워는 환경 문제로 인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 기업인 만큼, A+ 수준의 비교적 안정적인 신용등급에도 미매각을 피하긴 어려운 기업으로 전락했다.
그런데도 삼척블루파워는 2019년 회사채 시장 데뷔 이후 매년 회사채 시장에 나와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미매각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실추 문제보다 발전소 건설 및 차환 목적의 자금 수혈이 더 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척블루파워가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역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차환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올해 6월과 9월에 각각 10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삼척블루파워의 올해 3월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909억원 수준이다. 현금성자산으로 만기도래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지만 보유현금 일부를 운영자금으로 활용해야 하는 만큼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행인 부분은 삼척블루파워 채권의 경우 기관투자자가 기피하는 채권이지만 개인투자자는 선호한다는 점이다. 금리 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리테일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서다. 최근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금리는 6.1~7.4% 수준이다. 아울러 주주구성이 안정적이란 점도 개인투자자의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포스코인터내셔널(29%), 두산에너빌리티(9%), 포스코이앤씨(5%)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척블루파워가 미매각을 염두에 두고 발행을 강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매각을 기록하더라도 고금리를 노린 개인투자가들을 통해 미매각 물량이 충분히 소화돼, 결론적으로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 입장에서는 고금리와 미매각 이미지 실추 이슈를 감수하긴 해야 하지만, 당장 필요자금을 리테일 시장에서라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해서 회사채 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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