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VC 업계에 따르면 최근 루트벤처스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벤처투자회사 등록 말소 판정을 받았다. 앞서 이 회사는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더 이상 투자를 이어가지 못한다고 판단해 VC 라이센스를 자진 반납했고 수순에 따라 중기부에서 등록 말소 절차를 진행했다.

루트벤처스는 2021년 9월 코스닥 상장사 인지소프트가 설립한 벤처투자회사다. 당시 인지소프트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창업자 및 벤처기업을 발굴하면서 신규 사업에 진출할 기회를 찾기 위해 루트벤처스를 만들었다. 이 회사 자본금 20억원 역시 인지소프트가 전액 출자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루트벤처스는 총 3개의 투자조합을 운용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150억원 규모 '스마트루트ML펀드', 112억원 규모 '앤루트벤처투자조합(이하 앤루트펀드)', 53억원 규모 '루트에스앤에스벤처투자조합(이하 루트에스앤에스펀드)' 등이다. 이 가운데 '엔루트펀드'와 '루트에스앤에스펀드'는 각각 국내 벤처캐피탈 앤파트너스와 S&S인베스트먼트와 공동으로 운용했다.

스마트루트ML펀드는 지난 2022년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 사업에서 '스마트 대한민국 멘토기업 매칭출자' 분야에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면서 결성했다. 모태펀드가 45억원을 내려주고 모회사인 인지소프트와 매칭해 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루트벤처스는 신생사임에도 모태 출자사업에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존재감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별 다른 투자를 진행하지도 못한 채 해당 펀드를 모태펀드에 반납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인지소프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루트ML펀드'는 지난해 4월 5일 조합을 해산하고 일주일 뒤인 4월 12일 곧바로 청산 절차를 밟았다. 펀드 결성일이 2022년 8월임을 고려하면 8개월 동안 투자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모태펀드 관계자는 "지난 2022년 루트벤처스가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결성한 펀드는 지난해 반납이 이뤄졌다"며 "투자조합 결성 후 별다른 투자활동이 이뤄지지 않아서 반납 절차는 문제없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2개 펀드(엔루트펀드, 루트에스앤에스펀드)는 Co-Gp를 이뤘던 운용사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펀드명은 변경된 상태다. 엔루트펀드의 경우 앤콘텐츠벤처투자조합으로, 루트에스앤에스펀드는 에스앤에스벤처투자조합으로 조합 이름이 바뀌었다. 두 펀드 모두 지난 2022년 4월 결성했다.

한편 루트벤처스가 법인을 정리한 배경을 두고 모회사인 인지소프트의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철수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GP 지위를 획득하는 등 투자여력(드라이파우더)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실제 스마트루트ML펀드 결성 당시 이 회사는 "정보통신(IT), 모바일 서비스 분야 초기 기업들을 발굴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여력이 충분한 벤처캐피탈이 갑작스럽게 업계를 떠날 때는 모회사가 중장기적 투자에 대한 끈기가 부족하거나 경영 환경 악화 등의 이유가 있다"며 "루트벤처스의 경우 후자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