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서비스가 도입된 뒤 자산운용사가 직접 판매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자산운용사는 현재 온라인에서만 퇴직연금 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7월 서비스산업의 디지털화 전략의 하나로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규제 샌드박스 상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라 올해 7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가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게 가능해진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전문 자산운용가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or)'를 합성한 말이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자가 맡긴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일호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딜사이트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자산관리 트렌드'라는 주제로 개최한 '2024 WM포럼'에서 "삼성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결국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뱅가드, 찰스슈왑 등과 같은 해외 운용사 사례도 있고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 도입이 판매 및 유통채널 혁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문 대표는 "기존에는 어떤 상품에 대해 문제가 생기면 판매사에 그 책임을 물었는데 서비스 도입 이후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와 같은 운영사가 책임을 안을 수밖에 없다"며 "자산운용사도 그동안은 일대일로 펀드 투자자와 상담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이렇게 유통채널이 혁신되면서 직판(직접 판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 '전통 강자'로 여겨지는 은행, 보험사와 '신흥 강자'로 불리는 증권사 등 사업자 사이 적립금 유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은행과 보험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탁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일임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반면 증권사의 경우 투자일임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핀테크 등과 협업에도 적극적이라는 게 문 대표의 설명이다.
문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신규 투자 서비스가 나오면 증권사 계좌를 활용한 퇴직연금 관리 시장도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사업자 간의 적립금 유치 경쟁도 재밌는 관전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기존에는 사업자들이 투자하기에 적당한 모듈, 상장지수펀드(ETF)나 타깃데이터펀드(TDF) 등 상품을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이런 상품들의 활용 방법,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얘기다.
문 대표는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는 최소 500개 이상은 될 것 같은데 사실 투자자의 고민은 어떤 ETF를 사느냐는 것"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새로운 투자 경험이 중요한 게 아니라 로보어드바이저가 제공하는 ETF 또는 펀드를 활용한 투자 방법, 투자 솔루션을 누가 더 잘 제공할 것인가로 경쟁 양상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가 정식으로 개편된 뒤 나타날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장은 서비스 범위가 개인형 퇴직연금(IRP) 한정일 가능성이 높지만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문 대표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IRP 시장의 빠른 성장과 많은 적립금이 쌓여있는 DC 시장에도 새로운 자산관리 방법이 적용됐을 때 그 파급력이 어떨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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