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자동차시트 생산기업 대유에이텍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유에이텍을 자동차부품 사업 핵심 계열사로 만든 지 불과 2일 만에 적자를 내고 있는 종속회사 지분을 전부 정리했다. 이후 이익을 창출하는 알짜배기 계열사 지분도 매각하며 현금을 마련했다.
박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의 상징인 대유에이텍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사용하는 형국이다. 다만 여전히 현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대유에이텍을 살린 대가로 사세가 위축되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 수직계열화 이후 두 달 동안 관계사 지분 매각
4일 가전 및 자동차부품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시트 생산업체 대유에이텍은 자동 부품 사업을 수직계열화한 지 불과 두 달만에 계열사 정리를 단행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의 주요 자동차부품 계열사는 대유에이텍을 비롯해 대유합금, 대유이피, 대유에이피, 대유글로벌 등이다. 대유합금은 자동차 알루미늄 휠 원료 및 주조품 제조 사업을, 대유이피는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 제조 사업을 운영한다. 대유에이피는 자동차 스티어링 휠(핸들 휠)을, 대유글로벌은 자동차 휠(타이어 휠)을 각각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대유합금, 대유에이피·대유글로벌은 각각 대유에이텍, 대유플러스의 자동차부품 관련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기업이다. 대유플러스는 그룹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대유이피는 지난해 7월 6일 대유위니아그룹이 자동차부품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이다.
대유에이텍은 올해 9월 18일 대유이피 주식 18만2000주(지분율 28%)를 약 192억원에 대유합금에 매각했다. 대유합금은 같은 날 진행한 유상증자로 매각대금을 대물변제했다. 이에 따라 대유에이텍이 보유한 대유합금 주식 수는 2312만5000주에서 6157만5412주(지분율 100%)로 늘었다.
대유에이텍은 다음날 19일 대유플러스가 보유한 대유에이피 주식 206만6116주(지분율 16.16%)를 약 86억원에 매입했다. 매입금 중 56억원은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은 채권·채무 상계 약정에 따라 상계 처리했다. 대유에이텍은 이를 통해 대유에이피 주식 486만9364주(지분율 38.0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대유에이텍은 계열사와 지분 거래를 통해 대유에이텍→대유합금→대유이피, 대유에이텍→대유에이피로 이어지는 사업구조를 구축했다. 대유위니아그룹도 대유에이텍의 지분 취득 목적으로 '자동차 관련 계열사 수직계열화를 통한 경영효율화', '대유에이텍 종속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언급했다.
그러나 대유에이텍은 '수직계열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난 9월 21일 대유합금 지분 100%를 대유글로벌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약 86억원이었지만 대유글로벌이 보유한 골프장 운영사 스마트홀딩스 지분 29만2912주로 대신 받았다. 대유에이텍은 '재무구조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전량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대유에이텍은 또한 지난달 17일 이사회에서 대유에이피 주식 486만9364주를 계열회사의 협력업체인 디에이치글로벌에 매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처분금액은 약 369억원. 처분목적은 '차입금 상환 및 재무구조 개선'이다.
자동차부품 계열사 지배구조를 언뜻 보면 대유글로벌이 새로운 핵심 계열사로 보인다. 그러나 대유글로벌은 지난달 20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경영정상화 및 향후 계속기업으로의 가치 보존'이 목적이다. 대유에이텍이 결과적으로 그룹 자동차부품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 운영되는 기업으로 남은 것이다.
◆ 대유에이텍 살렸지만...현금 조달 여전히 시급
대유에이텍은 계열사 지분 정리로 ▲재무구조 개선 ▲채무 상환이라는 과제를 해결했다.
우선 대유에이텍이 9월 정리한 대유이피, 대유합금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유이피는 3분기 매출 343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91억원과 당기순손실 38억원을 기록했다. 대유합금은 매출 419억원, 당기순손실 52억원으로 적자 상태다.
대유에이텍은 적자 기업을 연결범위에서 제외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으로 보여진다. 일종의 군살빼기다. 대유에이텍의 3분기 매출은 4402억원으로 전분기 5508억원보다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354억원으로 전분기 마이너스(-) 458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반면 대유글로벌은 적자기업을 안게 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대유글로벌의 경우 매출은 2분기 1135억원에서 3분기 164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억원에서 -4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대유에이텍은 대유에이피 지분 매각 계약이 마무리된 이후 335억원 상당의 전환사채(CB) 조기상환에 대응했다고 공시했다. 대유에이텍이 계열사 지분 정리를 통해 재무적 체력 약화 요소 제거와 채무 상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문제는 대유에이텍이 여전히 자금 확보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그룹 차원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미지급금 600억원, 체불임금 700억원 등 유동성 리스크가 남아있다. 대유에이텍이 그룹에서 유일하게 이익을 내는 계열사로 살아남았지만, 수치상 개선뿐이다. 오히려 사세가 위축되면서 미래 불확실성이 커졌다.
박 회장은 임금체불 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 연구개발(R&D)센터, 멕시코 공장 등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준공한 R&D센터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1층에 이르는 규모로 매각가는 1300억원 정도로 거론되고 있다. 멕시코 공장의 예상 매각가는 3000억원이다. 다만 부동산 자산 매각 계약이 언제 성사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시장은 자금 압박이 심화될 경우 박 회장이 보유 지분을 추가로 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획대로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제한돼 있다"며 "부동산 매각만으로는 임금체불 등이 다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박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팔아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은 박 회장이 대유에이텍을 살리기 위한 대가로 자산 등을 정리한 것으로 본다. 대유위니아그룹이 2003년 12월3일 대유에이텍의 전신인 중앙디지텍 인수부터 사세를 키워온 만큼 박 회장이 대유에이텍에 집중한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9월 장내·외매수, 대물변제수령 등으로 대유에이텍 지분 958만7979주를 추가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박 회장이 보유한 대유에이텍 지분은 2532만6174주(지분율 21.80%)다.
채권단 및 노조 관계자는 "대유에이텍이 대유위니아그룹의 모태다"며 "시장에서는 (박 회장이) 대유에이텍만 살리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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