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그룹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해 보유 중인 가전사업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 박 회장의 부인 한유진 씨와 장녀 박은희 씨, 차녀 박은진 씨도 갖고 있던 주식을 정리하며 자금 확보에 급급한 모습이다.
박 회장 일가가 주식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면서 가전사업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달한 자금으로는 경영 정상화는 멀기만 하다. 추가적인 지분 매각으로 자금확보를 해야 해 박 회장의 지배력은 지속적으로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가전 계열사 매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 유동성 확보에 희석되는 지분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위니아의 주요 주주 자리에서 내려왔다. 9월 말 12.67%였던 박 회장의 위니아 지분은 지난 10일 기준 0%다.
박 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위니아전자 체불임금 상환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31일과 11월 1일 2거래일에 걸쳐 위니아 주식 155만6731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어 지난 2일 13만주를 주당 1211원에 팔았고 3일 58만주를 주당 1270원에 정리했다. 8일에는 나머지 229만주 전량을 1274원에 처분했다. 박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위니아 지분 전량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은 약 61억2347만원이다.
이 기간 박 회장의 차녀 박은진 전 위니아 상무와 자동차시트 생산 계열사 대유에이텍도 위니아 지분을 정리했다. 박 전 상무는 2일 보유 중이던 위니아 주식 7만5567주를 모두 정리하며 약 9385만원을 확보했다. 대유에이텍 3일, 8일, 21일 3거래일 동안 위니아 주식 231만주를 장내매도 방식으로 정리하며 약 28억원을 조달했다.
지분 매각 이후 위니아의 특별관계자 지분 총합은 9월 말 69%에서 49.69%로 감소했다.
대유플러스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유플러스는 가전사업 계열사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김치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위니아에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가전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박 회장 부인 한 씨와 두 자녀, 지주사인 대유홀딩스가 주식담보대출 상환 등을 이유로 보유 중인 대유플러스 주식을 장내에서 팔았다. 이들이 지난 9일부터 23일까지 매도한 대유플러스 주식 수는 304만6363주다. 조달 자금은 10억원 정도다. 이에 따라 대유플러스의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기존 42.39에서 40.53%로 줄었다.
◆정상화엔 역부족...위니아 매각설 솔솔
문제는 채무상환 등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전사업 계열사에 대한 박 회장의 지배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100억원으로는 가전사업 계열사 경영 상태를 정상화하기 어렵다.
위니아의 재무상태를 보면 3분기 기준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179억원, 마이너스(-) 363억원이다. 3분기 결손금이 1893억원까지 확대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결국 지난 10월 26일에는 '경영정상화 및 향후 계속기업으로의 가치 보존'을 이유로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최근 위니아 생산라인을 재가동하면서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공장 운영자금 마련에도 벅차다. 위니아 협력사 채권단에 따르면 협력사들은 공장 운영자금 약 34억원에 대해 우선변제 조건을 걸고 외상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재 추진하고 있는 성남 R&D센터 및 멕시코 공장 매각도 수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박 회장이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정리할 것으로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별관계자 지분 총합이 과반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지배력 희석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서는 박 회장이 위니아 등 가전사업 계열사 경영권을 매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니아 채권단에 따르면 김혁표 전 위니아 대표(현 법률상 관리인 대표)도 첫 번째 목표로 위니아 매각을 제시하며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4군데 정도 이야기가 오고 갔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장석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상임연구위원 변호사는 대유위니아그룹의 재무 상황을 봤을 때 박 회장이 가전사업 계열사에 지속적으로 지원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장 변호사는 "현재 가전사업을 하는 위니아는 독자생존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권 매각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박 회장 입장에서도 M&A를 통해 한 번에 변제받기를 원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기업회생 절차가 인가되기 전에 M&A가 이뤄진 사례가 제법 있다"며 "회생절차 결정 이후 매각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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