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국내 무선통신(RF) 필터 전문기업 쏘닉스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 절차를 본격화한다. 낮은 최대주주 지분으로 상장 후 경영권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으나 다양한 장치로 이를 해소한 점이 주목된다. 최근 달아오른 IPO 시장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공모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닉스는 내달 17~23일 5영업일간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공모 주식은 360만주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5000~7000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865억~1211억원이다. 일반 공모청약은 26~27일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다.
쏘닉스는 지난 2000년 설립된 회사다. 설립 초기 이동통신 기기 사이에서 데이터를 전달하는 RF 부품인 '표면탄성파(SAW) 필터'를 제조했다. 제품은 주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용으로 사용됐다. 2005년 LG전자 납품업체로 등록된 데 이어 같은 해 LG이노텍 SAW 필터 사업부를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키웠다.
이후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DMB용 SAW 필터 수요가 줄며 회사 실적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8년 1월 코스닥 상장사 디지아이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 35만주(49억원, 50.05%)를 발행하며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쏘닉스는 자금 수혈 뒤에도 2년 연속(2008~2009년) 순손실 37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이 지속됐다.
쏘닉스는 2009년 수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 2011년 회생 계획을 인가받고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디지아이의 출자전환으로 쏘닉스 최대주주가 asian bond fund II로 바뀌었다. 쏘닉스는 2015년 회생절차를 종결하기까지 최대주주가 총 3번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던 중 2016년 대만계 휴대폰 부품사 타이소 테크놀로지(TST)에 인수됐다.
이후 쏘닉스는 사업구조를 RF 필더 파운더리로 전환하며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앨엔에스벤처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투자유치도 받았다. 덕분에 설립 23년만에 상장사 반열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쏘닉스의 잦은 최대주주 변경 이력과 설립자 양형국 대표 지분(6.08%)이 한 자릿수인 점에서 경영권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TST와 양 대표는 보유지분 전량에 대해 자발적으로 보호예수 2년을 추가, 총 3년간 매각제한을 확약했다. 또, 상장일로부터 3년간 유효한 공동목적보유확약을 체결해 TST가 양 대표를 일방적으로 해임할 수 없도록 경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TST가 보유지분을 매각할 시 양 대표가 이를 먼저 사들일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부여했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앞둔 FI들도 손을 모았다. 지속적인 주식 유통으로 상장 후 쏘닉스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1~6개월의 보호예수를 체결했다. 덕분에 쏘닉스의 상장 직후 유통가능한 주식 비중은 30.48%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악재를 해소한 쏘닉스에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쏘닉스 역시 오랜 업력으로 쌓은 기술력을 투자 매력도로 제시한다. 회사는 국내 유일 6인치 RF 필터 파운드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5G & Beyond 5G 통신'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차세대 기술도 발하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 우주항공, 및 센서 등 첨단산업으로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최근 공모주 투자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달 공모일정을 진행한 기업 8곳 중 에스엘에스바이오를 제외한 7곳이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 이상으로 결정했다. 이들 모두가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조 단위 청약 증거금을 끌어 모았다. 쏘닉스 역시 공모구조와 사업성에서 투자자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쏘닉스가 상장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던 경영권 불안 문제를 해소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최근 뜨거워진 공모주 투자 열기가 쏘닉스의 공모 시점까지 이어진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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