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바른손그룹의 첫 메인투자 영화인 '거미집'이 추석 연휴에 개봉한다. 벤처캐피탈 '펜처인베스트'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들이 제작비 대부분을 대며 과감한 베팅을 했다. 칸느 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국내 예매율은 경쟁작 중 가장 낮아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배정 스크린 수가 적고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거미집'은 오는 27일부터 극장 상영을 시작한다. 경쟁작으로 거론되는 국내 텐트폴(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 영화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과 개봉일이 같다.
'거미집' 제작규모는 경쟁작 세 편 중 가장 작다. 순제작비로 96억원이 들었다. 홍보마케팅비(P&A)를 포함한 총제작비는 100억원대 초중반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화의 손익분기점(BEP)은 관객 200만명 내외로 책정됐다. '거미집' 해외 판권이 상영 전부터 총 187개국에 선판매되는 대박 성과를 내면서 BEP가 낮아졌다.
'거미집' 투자는 바른손그룹이 주도했다. 100억원 가량을 집행하며 총제작비 대부분을 책임졌다. 그룹 주요 계열사인 '바른손'이 메인투자를 맡아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영화 배급을 맡은 '바른손이앤에이'는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약 30억원을 집행했다.
특히 바른손그룹 계열사인 벤처캐피탈 '펜처인베스트'도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펜처인베스트는 지난 2019년 7월 설립된 벤처캐피탈로 문양권 바른손 회장이 지분 50.5%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바른손이앤에이와 바른손이 각 24.75%씩 들고 있다.
펜처인베스트는 투자기구(비히클)로 지난해 11월 1011억원 규모로 결성한 '펜처 케이-콘텐츠 투자조합'을 활용했다. 이 펀드는 정책자금 없이 민간에서 막대한 자금을 모아 벤처투자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출자자(LP)로는 LG그룹, 신한금융그룹,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있다. 펜처인베스트 외 '거미집'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은 유니온투자파트너스가 유일하다.
'거미집'의 투자기간은 약 2년이다. 영화가 지난해 3월 크랭크인(촬영시작)에 들어가 같은해 6월 크랭크업(촬영종료) 됐기 때문이다. 경쟁작보다 투자기간이 짧고 제작비도 적어 흥행에 대한 부담은 덜 한 상황이다. 일례로 '1947 보스톤'은 지난 2019년 크랭크인에 돌입해 상영까지 4년이 걸렸으며 총제작비는 210억원이 들었다.
다만 '거미집'의 선예매량은 경쟁작 중 가장 적은 상황이다. 금일 오전 기준 약 6만명이다.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은 14만명, '1947 보스톤'은 8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 상영관 계열사가 없는 바른손그룹은 CJ, 롯데가 배급을 맡은 다른 두 영화 대비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개봉 스크린이 두 편 대비 15~20% 적게 편성됐다. 또 '거미집'은 경쟁작보다 한 단계 높은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영화 주제의 수위가 높고 치정 및 살인 등을 간접적으로 다뤘다는 이유에서다.
배급사는 '거미집'이 작품성을 갖춘 블랙코미디 장르라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영화 검열이 있던 시기 시나리오 결말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감독의 이야기를 다룬다. 올해 5월 열린 제76회 칸느 영화제 공식 섹션 중 하나인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밀정'(2016) 등을 제작한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강호·임수정·오정세 등이 주연을 맡았다.
문화콘텐츠 투자 업계 관계자는 "영화 '거미집'은 제작비가 경쟁작 대비 크지 않아 흥행 부담은 가장 덜 한 상황"이라면서도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지만, 배정된 스크린 수가 적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연휴 기간 가족 단위 관객들을 모으는 데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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