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하이투자파트너스(이하 하이투자)와 현대기술투자가 선박용 소화설비 제조사인 '엔케이'에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한 110억원을 3년 만에 전액 회수했다. 대주주 콜옵션 행사 및 만기 상환청구 형태로 진행되면서, 투자원금에 일부 이자를 더한 수준으로 투자회수(엑시트) 하는데 그쳤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엔케이'는 지난 5월 하이투자파트너스와 현대기술투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110억원 규모 CB 중 남은 물량인 66억원어치를 전액 현금으로 상환했다. 사채 만기도래에 따른 조치다.
하이투자는 수림창업투자 시절인 2020년 5월 현대기술투자와 함께 엔케이가 신규 발행한 110억원 규모의 CB를 인수했다. 양사가 공동 운용하는 500억원 규모 펀드인 '현대-수림챔피언십'을 통해 100억원을 투자했다. 또 하이투자가 단독 결성한 150억원 규모 펀드인 'SR블루이코노미'를 통해 1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현대-수림챔피언십'의 주목적 투자대상은 '조선업을 영위하는 사업체'다. 최근 3년 간 주요 경영지표가 악화된 기업 등에 자금을 집행하도록 설계됐다. 두 운용사는 '모태펀드 지난 2016년 4차 정시 조선업구조개선 부문'에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면서 이 펀드를 이듬해 6월 공동 결성했다. 투자기간은 3년으로 설정됐으며 이 기간 막바지에 엔케이 투자가 단행됐다.
엔케이는 전방산업인 조선업이 오랜기간 불황을 겪으며 꾸준히 수익성이 악화돼 왔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적자금액은 697억원에 이른다. 2020년 5월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이후, 조선업황이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엔케이의 실적도 개선됐다. 수주금액은 2020년 673억원에서 2022년 958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엔케이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반면 투자자로 나선 두 운용사는 고수익을 얻지 못했다. 당시 발행된 CB 수익률은 표면 1%, 만기 4% 정도다. 상환 원금(66억원)에 할증금이 일부 포함돼 약 72억원 가량을 회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CB를 보통주로 전환하지 못했다. 엔케이 주가가 지난 2년간 800~1100원대 머물렀기 때문이다. 전환가가 900원대 수준이었던 만큼, 수익을 확신하고 주식으로 전환하기에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주당 933원이던 전환가액은 지난 2월 916원으로 한 차례 하향 조정된 바 있다.
앞서 펀드가 보유중인 나머지 CB 물량도 최대주주의 콜옵션 행사로 '본전' 수준에 넘겼다. 2021년 9월과 지난해 6월 CB 권면총액의 40%인 44억원어치를 엔케이의 최대주주(현재 지분 16.5%)인 가스운송업체 '더세이프티'에 약 47억원에 매각했다. 더세이프티는 엔케이 경영권 승계의 중추 역할을 하는 비상장사다. 엔케이 창업자인 박윤소 회장의 장남인 박제완 엔케이 대표가 지분 92.28%를 보유 중이다.
한편 '현대-수림챔피언십' 펀드의 만기는 오는 2025년 6월로 설정돼 있다. 두 운용사는 엔케이에 이어 남은 포트폴리오의 엑시트도 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펀드는 지난 2018년 30억원을 투자해 중소형 조선소 'EK중공업'의 지분 7.44%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해 특수 방호문 제조사인 '이에스다산'의 시리즈A 투자 단계에도 참여해 13억원을 집행했다. 2020년에는 바이오 기업 '인핸스드바이오'의 시리즈B 라운드 펀딩에 참여해 20억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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