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 안팎에서 기대하던 연내 금리 인하는 오히려 멀어졌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상의 올해 최종 금리는 5.5~5.75% 구간에 집중돼서다. 최근 호주와 캐나다 등은 금리 인상을 재개하는 추세로 돌아선 바 있어, 채권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8.1bp(1bp=0.01%포인트) 상승한 3.626%에 장을 마쳤다. 최근 기준금리(3.5%) 안팎에서 오르내리던 국고채 금리는 3년물을 포함해 ▲1년물 3.507% ▲2년물 3.684% ▲5년물 3.636% ▲10년물 3.685% ▲20년물 3.692% ▲30년물 3.694% ▲50년물 3.676% 등 모든 만기에서 기준금리를 넘어섰다.
앞서 미 연준은 14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5.00~5.2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지난달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하던 긴축적 통화정책을 15개월 만에 일시 중단한 것이었다. 이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조치였다. 연준은 지난달 10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발표한 금리 정책 결정문에서 '추가적 정책 긴축이 적절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다만 시장의 조기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은 한층 멀어지게 됐다. 연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매파적 입장이 강하게 시사되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위원회에서 올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나도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거의 모든 위원들이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려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에서 FOMC 위원들의 올해 최종금리 전망은 5.50~5.75%에서 최빈 구간이 형성됐다. 이는 현재 금리(5.00~5.25%)보다 50bp 이상 높은 수준으로, 연내 추가적으로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FOMC 위원들의 의견을 보여준다. 앞서 호주와 캐나다도 지난달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했다가, 한 달 만인 이달 각각 금리 인상을 재개한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달 FOMC에서 기준금리가 5.25~5.50%로 인상될 가능성은 70%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연준의 이번 금리 동결에도 불구, 향후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꺾인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재개할 명분이 마땅치 않지만, 미국과 금리 차이가 계속 벌어지는 것을 마냥 외면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다.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종료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여기던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 압력을 받게 됐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7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가 견고한 모습을 보인다면 연준은 내달 FOMC에서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우려는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이라고 분석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전망하는 위원들이 대다수인 점과 인플레이션 경로를 고려하면 연말 연준의 피벗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며 "최종 금리 상단으로 5.75% 혹은 6%의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말했다.
회사채(AA- 기준)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금리차)는 81.1bp로 지난 4월 초부터 80~81bp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에도 한화솔루션(AA-), 호텔롯데(AA-), 맥쿼리인프라(AA0), HD현대오일뱅크(AA-), 에쓰오일(AA0) 등 AA급 발행사들이 모집액 대비 2~8배 웃도는 투자수요를 확보하면서 흥행을 이어갔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적 동결로 국내 채권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국내 크레딧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금리 하향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보합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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