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 취임 뒤 처음으로 삼성 호암상 행사에 참석해 시상자들을 축하했다. 개인 자격으로 기부금을 내는 등 호암상에 애착을 보여온 이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의 산업 기틀을 닦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보여줬다. 

호암재단은 1일 오후 4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2023년도 제33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는 과학상 2개와 공학상, 의학상, 예술상, 사회봉사상 등 6개 부문에서 개인 5명과 단체 1곳이 영예를 안았다. 각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씩 총 18억원이 수여됐다. 

우선 과학상 물리‧수학 부문에서는 임지순(72) 포스텍 석학교수가 '계산재료 물리학' 분야를 새롭게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과학상 화학‧생명과학 부문은 최경신(54)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가 수상했다. 최 교수는 광전극 물질과 친환경 수소 생산 분야에 발전을 가져온 글로벌 에너지 과학 분야 리더다.

공학상은 K-배터리 신화의 주인공인 선양국(62) 한양대 석좌교수에게 돌아갔다. 선 교수가 개발한 양극재 제조 기술은 국내외 이차전지 기업에 반영돼 전기자동차, 로봇 등 첨단 산업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의학상은 마샤 헤이기스(49) 미국 하버드 의학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조성진(29) 피아니스트는 해외 공연 일정으로 스승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예술상을 대리 수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자원봉사 활동을 펼친 사단법인 글로벌케어는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인사말로 시작해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의 심사보고, 부문별 시상과 수상소감, 박수예 바이올리니스트의 축하연주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학술, 예술, 사회봉사 분야에서 각고의 노력을 다해 인류사회 발전과 고귀한 인간 사랑 실천에 큰 업적을 이룬 훌륭한 분들을 수상자로 모시게 되어 큰 기쁨이자 자랑"이라고 시상식 인사말을 전했다.

삼성호암상은 지난 1990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제정한 뒤 올해까지 총 170명에게 325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수상은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생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려 학문‧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에게 헌정되고 있다.

이 회장은 호암재단에 2년 연속 기부를 한 만큼 애정이 깊다. 재계와 호암재단이 국세청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단의 총 기부금 52억원 중 이 회장이 2억원을 기부했다. 개인 자격으로는 이 회장이 유일한 기부자다. 

이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드러낸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실명으로 호암재단에 기부금을 전달한 것은 2021년 4억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평소 익명 기부를 많이 하는 이 회장이 실명을 드러낸 것은 그만큼 호암재단과 국가 발전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한편 호암재단은 방학을 맞은 전국 청소년들을 위해 제2회 온라인 지식 강연회를 개최한다. 강연회는 최신 과학기술, 인문과 예술 등 다양한 최신 주제에 대해 각 분야 명사들의 강연과 청소년들의 온라인 참여 토론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