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 관련자들이 퀀트 트레이딩 기업 오픈하버에 몸담은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5월 벌어진 '테라‧루나 사태'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이들이 다른 트레이딩 사업을 함께 진행 중인 점이 알려지면서 블록체인업계 일각에서 이들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26일 인터넷 채용사이트 로켓펀치와 링크드인 등에 따르면 권현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오픈하버 공동 창립자이자 COO인 것으로 명시됐다. 오픈하버의 다른 공동 창립자로는 김경돈 CEO와 공기배 CPO, 조우연 CFO로 제시됐다. 

권현지 COO가 입력한 자신의 링크드인 이력을 살펴보면 테라폼랩스에서 2018년 6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홍보를 담당했다. 그 뒤 차이코퍼레이션에 합류했으며 2022년 4월부터 11월까지는 대표로 재임했다. 

차이코퍼레이션은 신현성 전 총괄대표가 세운 기업이다. 신 전 대표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함께 2018년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를 공동 창업해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신 전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경돈 CEO 역시 테라폼랩스와 차이코퍼레이션에 몸담았던 인사다. 김 CEO는 권 대표의 고등학교 동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더불어 김 CEO의 링크드인 이력을 보면 그는 2018년 3월 테라 프로젝트에 합류한 뒤 2020년 3월까지 테라 사업총괄을 맡았다. 이후 차이코퍼레이션 경영기획총괄로 자리를 옮겨 2021년 10월까지 일했다.  

오픈하버는 2022년 11월 23일 설립됐는데 공동 창립자의 절반이 테라 프로젝트 관련자인 셈이다. 

김경돈 CEO와 권현지 COO 등이 세운 오픈하버는 퀀트(수학과 통계지식을 이용해 투자모델을 만들거나 금융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기법) 트레이딩 기업으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전통 금융시장뿐 아니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역시 다루는 기업으로 보인다.

오픈하버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의 퀀트 트레이딩 팀은 고유한 트레이딩 전략을 설계하고 유동성을 구축 및 제공한다"며 "전통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 모두에서 대량 주문을 실행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블록체인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차이코퍼레이션에 있었던 테라폼랩스 초기 구성원들이 모두 퇴사한 셈"이라며 "테라, 루나와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딜사이트는 김경돈 CEO와 권현지 COO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권 COO와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권 COO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벤처캐피털 업계 일각에서는 오픈하버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 게임사 위메이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해시드 관계자는 "해시드 투자 포트폴리오에 오픈하버는 없다"며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오픈하버에 사재를 투자했을 가능성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위메이드 관계자 역시 "처음 듣는 소리"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