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한화생명이 올 1분기 연금보험 판매를 대폭 늘리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 대비 수익성이 낮은 상품군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내실 다지기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1분기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1조84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58.1% 늘었다. 1분기에 신계약 APE가 증가한 만큼 신계약을 통해 인식한 CSM(계약서비스마진) 역시 늘었다. 1분기 한화생명의 신계약 CSM은 57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2% 증가했다.

APE와 CSM 모두 보험사의 수익성을 파악하는 지표인데, 1분기 한화생명의 신계약 APE가 무려 158% 증가하는 동안 신계약 CSM 증가폭은 38%에 그친 점이 눈에 띈다. 

APE는 보험사가 신계약을 통해 수취한 보험료를 연간 단위로 환산한 값으로 보험계약마다 제각각인 보험료 납입 기준을 1년으로 통일하기 때문에 신계약 효과 등을 보다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다. CSM은 올해 신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항목으로 미래에 보험계약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식하게 될 미실현이익을 의미한다. 아직 제공되지 않은 보험서비스를 부채로 인식한 뒤 계약기간 경과에 따라 수익으로 잡힌다.

두 수익성 지표 모두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그 속도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인데, 이는 연금보험이 1분기 신계약 APE 증가를 이끈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화생명의 1분기 연금보험 신계약 APE는 6840억원, 보장성보험 신계약 APE는 386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계약 APE 가운데 연금보험은 63.1%, 보장성보험은 35.5%를 차지했다. 1년 전 연금보험과 보장성보험 비중은 각각 31.6%, 61.8%로 보장성보험이 연금보험보다 2배 가량 더 많았다. 1년 사이 연금보험이 대폭 증가하면서 올해 1분기 전체 신계약 APE 증가분의 83%가 연금보험에서 나왔다.

신계약 APE에서 연금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웃돌았지만 신계약 CSM 가운데 연금보험은 24.7%에 그쳤다. 이는 같은 규모의 보험료가 유입됐더라도 보험 종류에 따라 CSM은 다르게 잡히기 때문이다.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의 APE 대비 CSM 배수는 20% 수준에 그친다. 보험사가 수취한 APE 가운데 20%만 CSM으로 인정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보장성보험의 APE 대비 마진율은 100%를 웃돈다.

마진율이 낮은 연금보험 비중이 높아진 데 따라 한화생명의 전체 APE 대비 CSM 역시 1년 전보다 대폭 낮아졌다. 지난해 1분기 APE 대비 마진율은 100%에 육박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53%로 낮아졌다. 한화생명이 연금보험 판매 확대에 힘입어 APE 역시 대폭 증가하며 몸집 불리기에는 성공했지만 내실 다지기는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연금보험 판매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화생명은 "1분기 연금보험 판매가 APE 대비 수익률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연금보험이 추가적으로 CSM을 창출한 덕분에 전체 CSM 역시 대폭 증가했다"며 "전반적인 수익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