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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후 최고의 이혼
박휴선 기자
2023.05.24 08:35:59
한화의 김승연·DL의 이해욱, 여천NCC 결별키로 했다면 통 큰 양보 필요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08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폭군으로 기억되는 연산군. 일부 역사학자는 이에 반기를 든다. 연산군이 비록 영민한 군주는 아니었지만 폭군은 아니었다고. 연산군은 당시 권력을 쥐고 흔들던 세력의 힘을 빼고 왕권을 회복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는 권력층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며 무산됐다. 그 결과 연산군은 폭군으로, 당시 권력층은 피해자로 역사에 기록됐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전제가 깔린 설명이다. 

수백 년이 지난 현재,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왕과 신하가 헤어질 결심을 한 뒤 최고의 결별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역사는 훗날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흔히 합작법인(JV)은 결혼에 비유된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운영되던 두 기업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백년해로를 다짐하고 결혼해도 이혼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JV 해체도 비일비재 하다. 아름다운 이별만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오죽하면 'JV의 끝은 소송'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헤어질 결심을 한 기업이 있다. 여천NCC다. 지난해 발생한 2건의 폭발사고가 분할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해 2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화학공장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후 10월 같은 곳에서 또다시 화재가 나며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인명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여천NCC 측에서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8개월 만에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화재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사고를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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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이에 대한 책임을 '동일한 지분구조' 탓으로 돌렸다. 통상 JV설립 시 위급 상황이 발생할 때 발 빠르게 대응을 하기 위해 지분률을 51대 49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천NCC 측은 설립 당시 절반씩 보유한 지분율 및 정관에 따라 각 사에서 4명씩 선임, 총 8명의 이사진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고, 폭발사고 대응방안 마련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충돌이 발생해 이를 수렴하기까지 시일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1999년 설립 직후부터 노조 파업, 본사 이전, 인사권 등의 문제로 수차례 갈등을 빚던 두 회사는 해당 사건을 계기로 현재 분할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2월이 분할 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여천NCC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모든 계약은 내년 12월이면 만료된다. 김재율 여천NCC 대표의 임기도 2024년 말에 끝난다. 이에 업계는 여천NCC가 결별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에 힘이 실렸다고 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까. JV 해체는 아니지만 이상적인 기업 분할 사례로 LG그룹이 종종 거론된다. LG그룹은 2000년대 초반 GS를 떼어낼 때 금융, 건설, 유통, 에너지 등 수익성이 좋은 사업들을 통 크게 넘겨줬다. 일각에서 우수한 사업부문을 다 넘겨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LG그룹은 끝없이 성장을 지속하며 올해도 재계 순위 4위를 굳건히 지켜냈다. 


LG그룹이 분할을 시작하던 2001년 말 당시 그룹의 공정자산은 54조원 규모였다. 여기엔 건설·유통·전선 뿐 아니라 증권과 카드 등 금융계열사도 포함됐다. 이후 GS, LS, LF 등이 분리되고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LG카드(현 신한카드) 등 금융 계열사가 매각됐지만, LG는 성장을 계속했다. 2011년 말 자산 1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자산은 171조원에 달한다. 


LG그룹 분할에서 패자는 없었다. LG뿐 아니라 분리된 그룹들도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GS는 2004년 계열분리 당시 자산 18조7190억원에 그쳤지만, 2023년 기준 81조원을 기록하며 재계순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LS는 재계 16위로 분할 당시 자산 4조원에서 올해 자산 29조원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헤어질 결심을 한 여천NCC가 최고의 이혼을 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결별 후 '누가 이득이다, 누가 손해다'라는 식의 각종 추측과 구설이 난무할테고 당장 승자로 평가받지 않는 쪽도 존재하겠지만, 통 큰 양보를 한 쪽이 훗날 재조명을 받을 수 있다.  


'상남자'로 불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오너 중 젊은 축에 속하는 이해욱 DL그룹 회장,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름다운 이별도 가능하지 않을까. 최고의 이혼을 위해.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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